▲ 김형중 정치부장 |
최근 박근혜대표가 충청권 3개 시·도지사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표는 올해안으로 국회 내 통합적인 신행정수도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기대감에 부풀었던 지역민들은 ‘역시나’로 끝난 당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마음의 무게만 더했다. 이어 지난17일 김형오 사무총장이 충북과 대전을 잇따라 방문하고 아우르기에 나섰다.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시원한 소식은 없었다. 김 총장은 빠르면 이달 내로 대안을 마련해 박 대표가 대전을 방문해 직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독자적인 나름의 대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음달 8~15일 사이에 발표될 정부 여당 대책발표보다 빠르게 말이다.
하지만 우려가 앞선다. 혹시 여당에 대한 대응과 어려운 정국을 모면키 위한 정략적인 발상은 아닌지. 대안발표의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안을 만들어내고 추진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려의 대목은 몇 가지에서도 나타난다. 정략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발표보다 앞서 대안을 내놓고 충청권 민심을 달래보겠다는 계획일 것이다. 국회특위 구성에 선차적인 조건도 달았다.
자신들의 독자적인 대안을 정부 여당 종합대책과 결부시키고 있다. 때문에 충청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치권에서 대안론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박 대표의 ‘국회 특위구성제안’과 김 총장의 ‘충청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안’이라고 강조한 것도 충청권에 대한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해가 워낙 엇갈려 공동의 특위를 만들어도 묘안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이 가운데 가장 우려 되는 것은 총체적인 국가정책을 충청권 발전대책이란 미명아래 슬그머니 옷을 바꿔 입을 가능성이다.
한나라당의 조급함도 엿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법을 통과시켜놓고 그 위헌 결정에 손뼉 치며 환호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찬성해주지 않았다면 이런 혼란이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며 “충청권 표를 얻으려고 했다가 표도 못 얻고 실컷 매만 맞고 있으나 이제 표를 의식하지 않고 정도만 걸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충청권에 대한 한나라당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며 “(충청권 주민들이) 감정을 풀고 이성적, 합리적 기준으로 무엇이 나라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갈팡질팡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의 존속을 위해서만 모든 논리가 생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작금에서 중요한 점은 그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의 말처럼 자신들이 만들었지만 폐기된 특별법이다. 때문에 그들이 범국가적인 견지에서 다시 한번 수도권과밀화 대책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심도 있게 고민하기를 기대한다. 충청권에 대한 대안도 정략의 대상이 아니고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나와야 한다. 여권과의 서로 다른 相生이 아닌 실질적인 상생을 충청민들은 바란다. 한나라당은 진정 충청민들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일그러지고 혼란스러운지 민심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