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규 편집 부국장 |
염홍철 대전시장과 이원종 충북지사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충청권에 던져준 원죄의 멍에 때문이다. 여기서 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시간낭비요 지면낭비다. 충청인들은 그 원죄를 너나 할 것 없이 다 안다.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일련의 코미디성 정치희극이 바로 그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할 때만 해도 공약이 지켜지리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참여 정부의 의지와 거대야당의 지지(출석의원 194명 중 164명 찬성) 속에 탄생한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충청인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언제부턴가 신행정수도 건설은 충청인들에게 현실이었고 일상의 가정 경제사가 되었다. 정부 정책을 신뢰하며 믿고 따랐다. 어떤 이는 수용될 고향땅을 가슴에 묻고 팔았는가 하면 보상만을 믿고 타지에 대토를 구한 이도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 이것이 웬일인가.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 버린 것이다.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관습헌법의 논란을 일으킨 헌법재판소를 비롯 청와대, 정부, 여당, 야당 등 각각의 몫으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은 그 책임소재의 과중을 논할 때 자유로울 수 없다. 특별법제정의 책임도 있지만 위헌판결의 단초를 제공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급기야 자신들이 고심해 만든 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무산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즈음에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모두 과거사의 일이다. 어찌 보면 신행정수도의 무산이 충청권에 가져다준 울분과 상처는 아문지 오래다. 과거에 매달린 머뭇거림은 시간과 정력의 낭비일 뿐이다. 이쯤되면 누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원인을 제공했든 충청권이 주는 면책의 면죄부가 아닐까. 지금 충청권은 신행정수도 후속조치에 목말라할 뿐이다.
다행히 이같은 움직임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번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한 ‘신행정수도 사수 전국투어’가 오는 22일께 전주를 기점으로 대구, 광주, 부산에서 개최된다는 낭보도 들린다. 정부도 정부대로 오는 18일신행정수도 후속위원회와 실무기구인 기획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빠르면 이달말 전국 순회에 나선다는 보도다.
이같은 차원에서 지난 15일 충청권 3개 시.도지사를 비롯 지방정치 지도자들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야당 수뇌부와의 만남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행정수도의 후속대책은 정부와 여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정책임의 한축인 야당의 적극적인 협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날 지방정치 지도자들은 신행정수도의 후속대안의 경우 정치권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분명히 했고 심대평 도지사는 청와대에 대통령이 먼저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지마저 드러냈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나라당을 자극할 헌법개헌, 국민투표, 행정특별시, 행정타운 등의 압박용어는 어느 누구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가능한 한 여야가 단일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을 뿐 행정수도는 사실상 반대라는 종전의 입장을 동어반복적으로 고수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누구보다도 그들이 더 많이 알고 있듯이 신행정수도는 정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이 아니다. 신행정수도는 정치적 선배이자 부모세대 때부터 면면이 이어온 국가 정책의 중요 핵심과제였다. 자신들이 수권정당이라고 불리려면 이 시대 화두가 되고 있는 국가 균형발전과 과도한 수도권 집중 해소책을 내놓아야 한다. 적어도 국가적 비전과 포괄적인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다. 바로 그것이 박근혜 대표의 말대로 충청권을 두 번 죽이지 않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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