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건달 아저씨와 삶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문화초대석]건달 아저씨와 삶

  • 승인 2004-11-16 00:00
  • 김명관 박애외과 원장·성악가김명관 박애외과 원장·성악가
주변에 돈있다는 속칭 건달 아저씨 한분이 있는데 그야말로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았다고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 인생이다. 옛날 사회가 어리숙한 시절 잘된다는 사업에서 모은 재산을 두고 가면 뭐하냐고 좋지 못한 주변과 함께 부정적인 곳에 쓰기를 몰두했다. 그러나 세월은 무상한 것, 언제부턴가 병원 출입이 잦더니 이제 나이 칠순 가까이에서 몸이 여기 저기 망가졌다.

몸이라는 것은 오장육부가 공생으로 서로 얽혀 있어 한 곳에서 망가지기 시작하면 악순환으로 전체가 가라앉는 것 아닌가. 며칠 소변으로 고생하시면 다음에는 다른 것으로 힘드시고 또…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마음까지 약해진 것이다. 서슬이 퍼렇게 집에서는 왕 노릇하고 돈 자랑, 몸 자랑에 부인도 여럿이라는 게 주 자랑 품목이었던 분이라 더욱 힘들어 보인다.

꼼짝 못하던 큰 부인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도 그 수발을 받아야만 그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으니 어찌하나. 그야말로 쥐죽은 소리 못하시던 아주머님인데 제법 큰소리로 훈수하고 그 소리를 옆에서 다소곳이(?) 듣고 있는 모습이 과거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볼 때 한편 우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측은하다.

원반돌리기처럼 굴리던 눈알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눈동자엔 초점이 없어졌다. 이렇게 된 자기의 처지가 분한지 적개심 가득한 표정이 서리고 가끔 눈물도 보인다.

의사 말도 잘 안듣기로 유명한 분인데 이젠 협조가 좋으니 건강했을 때 저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괜한 생각이겠지…. 남편이 말 안듣고 술먹고 속썩이는 어떤 아주머니는 남 앞에서 하는 말로 나중에 복수하겠다고 손짓 발짓으로 강변한다. 당사자가 들을 때는 섬뜩한 말이다. 그런데 집에서 무식하게 대장노릇하는 사람들은 그런 소리 들을 만하게 놀고 있으니 별 수 없지 않은가.

그 아저씨 요즘에는 중간 허리 통증으로 오시는데 심상치 않게 소화기계 종양이 의심스러워서 큰 병원에 특수촬영을 의뢰했는데, 천천히 다녀오시래도 총알처럼 즉시 간다.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있어 그렇게라도 세상의 착함이 유지된다 하였다. 왜 그 분도 죽음에 대한 명제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지 못하였던고. 사람 사는 거 아무것도 아닌데….

가만 보면 주변에 비슷한 분들이 많은데 평소 잘해야 필요할 때 써먹는다는 상식적인 얘기를 잘 되뇌이고 살아야겠지. 후회 없는 삶이란 문제 있는 이이건 아니건 누구나가 원하는 것이니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