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라는 것은 오장육부가 공생으로 서로 얽혀 있어 한 곳에서 망가지기 시작하면 악순환으로 전체가 가라앉는 것 아닌가. 며칠 소변으로 고생하시면 다음에는 다른 것으로 힘드시고 또…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마음까지 약해진 것이다. 서슬이 퍼렇게 집에서는 왕 노릇하고 돈 자랑, 몸 자랑에 부인도 여럿이라는 게 주 자랑 품목이었던 분이라 더욱 힘들어 보인다.
꼼짝 못하던 큰 부인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도 그 수발을 받아야만 그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으니 어찌하나. 그야말로 쥐죽은 소리 못하시던 아주머님인데 제법 큰소리로 훈수하고 그 소리를 옆에서 다소곳이(?) 듣고 있는 모습이 과거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볼 때 한편 우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측은하다.
원반돌리기처럼 굴리던 눈알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눈동자엔 초점이 없어졌다. 이렇게 된 자기의 처지가 분한지 적개심 가득한 표정이 서리고 가끔 눈물도 보인다.
의사 말도 잘 안듣기로 유명한 분인데 이젠 협조가 좋으니 건강했을 때 저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괜한 생각이겠지…. 남편이 말 안듣고 술먹고 속썩이는 어떤 아주머니는 남 앞에서 하는 말로 나중에 복수하겠다고 손짓 발짓으로 강변한다. 당사자가 들을 때는 섬뜩한 말이다. 그런데 집에서 무식하게 대장노릇하는 사람들은 그런 소리 들을 만하게 놀고 있으니 별 수 없지 않은가.
그 아저씨 요즘에는 중간 허리 통증으로 오시는데 심상치 않게 소화기계 종양이 의심스러워서 큰 병원에 특수촬영을 의뢰했는데, 천천히 다녀오시래도 총알처럼 즉시 간다.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있어 그렇게라도 세상의 착함이 유지된다 하였다. 왜 그 분도 죽음에 대한 명제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지 못하였던고. 사람 사는 거 아무것도 아닌데….
가만 보면 주변에 비슷한 분들이 많은데 평소 잘해야 필요할 때 써먹는다는 상식적인 얘기를 잘 되뇌이고 살아야겠지. 후회 없는 삶이란 문제 있는 이이건 아니건 누구나가 원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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