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헌재결정과 경국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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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헌재결정과 경국대전

  • 승인 2004-11-15 00:00
  • 한동우 월간한마당 대표·前 재무부 국장한동우 월간한마당 대표·前 재무부 국장
헌재가 위헌여부를 결정하는 최고기관인 만큼 그 판단에 관하여 왈가왈부 하는 것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또한 어떤 견해가 됐든 여야 어느 편에 서는 꼴이 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헌재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관습헌법에 대하여 또 그 관습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에 대하여 아직 활발한 논의가 없는 것은 적이 괴이하다.

서울이 수도라는 인식이 모든 국민의 판단이냐 또 그 판단이 헌법적 효력을 갖느냐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단순히 국민다수가 수도이전을 반대한다는 것과 또 국민다수가 서울을 수도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수도로 인정하면서도 수도이전을 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수도이전에 헌법개정절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더욱 안 하는 것이다.

헌재는 법률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 설령 어느 조사에서 국민다수가 서울을 수도로 인정한다해서 그 인식을 헌법적 가치로 볼 수는 없다. 호주제가 그렇고 남녀차별, 관존민비 심지어 삼강오륜, 농자천하지대본도 오랜 관습이었다. 어떤 것을 헌법적 가치로 끌어올리느냐도 문제려니와 이를 고치려면 헌법개정절차를 밟으라고 하기는 더 어렵다. 시대가 바뀌어 농업이 홀대받고 대통령의 거처나 의례도 헌법개정 없이 바뀌었다.

외국헌법에 수도가 명기되어 있다해서 우리 국민의 수도인식이 헌법적 가치가 있다고 하기도 힘들다. 성문헌법이 없는 나라에서 수도를 옮긴 예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헌재는 경국대전을 인용했다. 조선조의 헌법에서 정해졌고 오랜 세월 관습화되었기 때문에 헌법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헌법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국대전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어떤 것도 조선조의 법통을 이어받지 않았다. 헌법전문은 3·1정신과 상해임정 그리고 4·19정신을 들고 있기 때문에 경국대전을 들먹이는 것은 현행헌법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든다. 경국대전의 어느 부분이 또 헌법적 가치로 인정받을지, 반정부와 반국가를 동일 시 하는 경국대전까지 부활할까 걱정이다.

혹자는 헌법 전문대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이 만든 헌법이니 지금이라도 살릴 필요가 있는 관습은 승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한양이 수도라는 인식은 빛나는 역사도 아니요 전통도 아니다. 특히 헌법개정을 해야 고칠 수 있는 세세무궁 요지부동한 것도 아니다. 실록에 나와 있듯이 이 태조가 대량살육의 피비린내를 벗어나기 위하여 서둘러 천도한 곳이다. 임란 때는 시민이 방화할 만큼 원부이기도 했다.

혹여 헌재가 노무현 정부의 천방지축을 견제하려는 뜻으로 정치적 판결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정부를 함량미달로 보는 사람이 꽤 된다. 대통령 자신이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했고 행동거지가 세련되지 못하다. 그 보좌관들이 뚜렷한 실무경험이 없고 알아주는 데에 몸담은 적도 없다. 넘치는 의욕으로 민주국가에서도 혁명정부처럼 날뛰고 싶어한다.

그러나 혹여 헌재가 대한민국이 과거의 지배구조 즉 사대부통치를 일탈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 정상에 상징처럼 우뚝 서 있는 서울을 옮기다니 말도 안 된다. 뭐니뭐니 해도 대한민국은 대소우두머리들이 서울을 향해 모여들어 마르고 닳도록 영화를 누리는 나라다. 이는 통일이 되어도 변함 없는 진리다. 이 것만 가지고도 대한민국은 북한에 비할 바 없는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도 이에 기어들어야 한다.

그런 뜻이라면 한참 잘못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헌법의 나라요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평등이 숨쉬는 나라다. 민주주의를 한다면서도 부패특권이 행세하던 지난날이 가증스러운데 어찌 또 경국대전을 내세운단 말인가. 우리는 민주의 길 이외 다른 길이 없는 터에 헌재의 결정은 매우 의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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