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화해해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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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화해해야 살 수 있다

  • 승인 2004-11-13 00:00
  • 장곡 계룡산 갑사 주지장곡 계룡산 갑사 주지
세상 돌아가는 것이 심상치 않다. 사는 게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정으로 충청권은 연일 성토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구촌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진의 충격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이라크에서는 전투가 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국내정치는 여야 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양상을 거듭하는 등 어느 것 하나 부드러운 화해의 몸짓은 찾기가 어렵다. 사람들의 마음이 잔뜩 약이 오른 독사와 같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무려 47%나 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특히 그 이혼한 부부 중 대부분이 결혼한 지 3년도 되지 않은 신혼부부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한국경제는 지금 수출이 잘되고 있는데도 국내경기가 얼어붙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곳곳에서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인 데다가 세금이 많아졌다고 불만이 높다. 게다가 청년실업의 상황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인들은 고집스럽게 자기의 주장을 버리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인들이 외국에서 피땀 흘려 벌어온 외화로 오늘날 이나마 잘 살 수 있는 원천이 된 것인데, 정치를 잘 못하면 하루아침에 외환위기같은 비상시국을 또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화해를 해야 모두가 잘 살 수 있다. 우선적으로 여야정치인부터 상생(相生)의 정치를 해야 한다. 상대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은 함께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신행정수도 이전안의 경우 총선 전에 국회에서 여야가 통과시켜놓고 나중에 마음이 변해 반대로 돌아선 일부 야당의 행위는 너무 무책임하다. 책임지는 태도가 아쉽다.

성숙한 사회는 독불장군이 많은 사회보다는 조화를 잘 이루어내는 사람이 많은 사회를 말한다. 조화는 인간관계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가까운 부부관계, 형제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까닭은 사람들이 자기 기준과 욕심을 내세워 서로 기를 쓰고 이기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고수(高手)는 그런 소심한 기준을 갖고 싸우지 않는다.

정신을 잃고 물질만능으로 치닫는 현대사회의 사람들에게 좋은 일화가 있다. 옛날 어느 스님이 절에서 내려오다가 소에 쌀을 싣고 올라오는 한 노인을 만났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에 며느리를 맞았는데 너무 표독스러워 집안이 망하기 직전이라 며느리 마음을 바꾸어 달라고 불공드리러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노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힘들게 불공을 드릴 필요가 뭐 있소? 부처님은 안 계신 곳이 없으니 당신 며느리 속에도 계실 것이오. 그 쌀로 며느리가 좋아하는 떡을 하고 좋은 옷이나 한 벌 지어주오. 그리고 며느리 앞에서 삼배를 하시오.”

노인은 그 말을 듣고 깨우친 바가 있어 곧장 집으로 가 스님이 시킨 대로 며느리 앞에 삼배를 하고 무릎을 꿇었다. 노인이 며느리에게 드린 불공은 결국 성공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서로 붙들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가. 사사건건 독불장군 식으로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반조해 볼 일이다. 화합하지 못한다면 지금부터 고치기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더불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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