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민심이 천심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세평]민심이 천심

  • 승인 2004-11-13 00:00
  • 박종순 예산군수박종순 예산군수
일찍이 민심이 천심, 즉 민심이 하늘의 뜻이라고 했다. 국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시의에 맞는 의제를 설정해서 민심을 이끌어내는 호소력과 설득력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할 적에 최근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신행정수도 문제를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지방분권 문제가 거론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또 수도과밀 문제해결이 거론된 것 또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1일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에 대한 지방의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재정 자립도는 95.5%이고 경기는 78.8%, 인천은 75.9%이다.

이 세 군데를 빼고 나머지 모든 지자체의 자립도는 20% 안팎을 넘나든다.’ 설사 수도권 과밀문제는 덮어둔다 하더라도 이처럼 심각한 불균형을 생각할 때,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국가의 백년대계라 아니할 수 없고, 지난 대선 정치권에서 그 대안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신 행정수도 건설사업은 국가적 대사로서 이해관계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이해관계자 사이의 의견충돌은 불가피했으며, 그런 만큼 충분한 준비가 필수적이었다. 그렇지만 청와대 행정수도추진기획단이나 그 위원회는 정부가 밀고 나가면 국민들은 무조건 따를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마냥 밀어붙이기만 했던 것이다.

‘행정수도를 왜 이전해야 하는지, 이런 기초적인 문제조차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알리지 않았다’는 한 지식인의 일갈은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니할 수 없다.

자료에 의하면 ‘20년 후에는 수도권의 도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게 되고, 물 부족이 심각해져서 제한급수를 해야 하며, 쓰레기와 하수를 처리할 능력도 한계에 부딪히고, 수도권 땅값과 건물값은 더 올라서 제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조차 경쟁력을 잃을 것이 뻔하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헌재 결정문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신행정수도 추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바로 절차상의 문제였다. 그리고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것도 신행정수도 건설을 무산시킨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라는 것이 식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만약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차근차근 추진했더라면, 그리고 ‘행정수도를 이전하지 않으면 국가경제의 경쟁력과 성장력이 떨어져 새로운 경제위기가 닥친다’고, ‘우리 자식들과 손자들이 집 마련을 위해 십 수년을 고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행정수도 이전이 필수적이라고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했더라면 민심이반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든 행정수도 이전은 일단 좌절되었다. 청와대 신행정수도기획단은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제 상생의 정신으로 국론을 통합하고 국민을 설득해서 지금의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대안모색이 절실한 때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국가대사를 수행함에 있어서 민심을 얻지 못하면 어떤 일이든지 실패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가슴 깊이 되새기는 것을 모든 일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통해 국가경쟁력과 성장력 있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 하루빨리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여 국민투표 등 정당하고 적합한 절차를 거쳐 당초 취지대로 국가시책사업인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 충청인 모두의 바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