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지방지치부장 |
그러나 이와는 사뭇 다른 반응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거(행정수도 이전) 잘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난리냐”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 이들의 말에는 행정수도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어떤 사람은 “행정수도는 좋으나 대통령 보기 싫어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이 사람의 말이 아주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것으로 본다. 행정수도 위헌 결정에 대한 KBS 설문에서 행수를 반대했던 수도권 주민들의 74%가 위헌결정에 찬성하고 있으나 위헌결정을 못마땅하게 여겨야할 충청주민 가운데 61%만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충청도 주민 10명 중 4명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인데 이들이 정말 행정수도 충청 이전에 무관심하거나 더구나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맘은 크게 두 갈래 같다. 행정수도 이전의 현실성을 애초부터 아주 낮게 보거나 아니면 그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상표로 내건 노무현 정부에 크게 실망했거나 불신하는 부류다.
실망의 원인은 있다. 먼저 경제가 죽을 쑤면서 식당 주인들이 솥단지 들고 거리에 나서 데모할 정도다. 건축업 하는 한 친구는 “자기 친구들 중에 누군가 (노무현 반대하는) 데모를 시작하면 따라 나설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물론 그는 대선 때 노무현 지지자였다. 한 장관이 데모할 국민 1000만 명이 된다고 했다는 노회찬 의원의 말이 과장되었다 해도 요즘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헌재가 수도 이전 문제에 제동을 걸기 위해 관습법이란 것을 찾아냈지만 그것이 민심을 크게 거스르는 것이었다면 아마 써먹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행정특별시’나 ‘제2청와대’ 같은 후속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고, 대통령도 어제 부산에서 ‘대안다운 대안’을 언급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가 민심을 얻지 못하면 실패만 거듭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심대평 충남지사가 그제 대통령 비서실을 방문, “서두르지 말고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한 주문은 적절해 보인다. 국민들이 행정수도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면 특별행정시도 제2수도도 모두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묘안을 마련하는 지혜보다는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다. 분명한 것은 헌재가 헌법으로 걸었지만 법의 덫에 걸린 것은 노무현 정부의 리더십니다. 그것을 풀지 못하면 어떤 대안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행정수도에 대한 반대는 기득권층과 한나라당이 문제지 왜 행정수도 옮겨보겠다는 대통령이 문제냐고 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책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대권을 잡고도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다면 그 원인의 대부분은 권력자 자신의 리더십의 문제다. 대통령이 어느 한쪽과 싸우는 모양새에서는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은 ‘여당 총재’와 다르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에 더 많은 권한을 나눠주려 하고, 충청도엔 행정수도까지 옮겨주려 하고 있으니 충청도 주민 입장에선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지방을 살릴 수 없고, 충청 주민도 도와줄 수 없다. 행정수도를 푸는 해법은 여당의 의석수나 ‘묘안’보다 우선 대통령 자신의 리더십에서 찾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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