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는 말을 모를 사람은 없을 테니 ‘재창조 운운’은 하나마나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고정 박스기사(분수대)는 스크랩을 할 만큼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한류열풍에 대한 또 다른 아젠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책 ‘策文’이 장안의 화제다. 7년 전쯤 ‘언론과 선비정신’이라는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무엇인가 잘못 돌아간다고 판단하면,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임금께 상소를 올렸다. 세상이 달라져 임금의 뜻은 국민의 여론으로, 선비의 상소는 언론으로 바뀌었다.
언론이 굽히고 타협하며 침묵하면 그 사회의 건강은 종말을 고한다. 자기주장을 굽힘없이 펼치는 책문이건 상소건간에 임금이 비판적인 의견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대기업 CEO가 감사(監事)나주주총회를 없애자는 얘기와 다를 것이 없다.
영문법 책 ‘삼위일체’이던가. “학생들은 장차 해외특파원이 되기를 꿈꾼다” 는 문장이 있었다. ‘언론고시(考試)’라 할 만큼 신문기자 되기가 어렵다더니, 이제는시장판도(?)가 방송 쪽으로 많이 기울었고, 소위 ‘朝中東’이 그 명맥을 이어간다.
자존심과 개성을 겸비(?)한 엘리트들이 새로운 아젠다를 계속 쏟아내는 것도, 적절한 어휘선택과 물 흐르는 듯한 문장이 주는 교육효과도, 모두 귀중한 사회자산이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훌륭한 교본이 아니던가? 또한 언론 엘리트의 존재자체가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는 사실도 의미가 크다.
‘이념논쟁’을 떠나서, 중앙지는 물론이요 지방지까지 더욱 더 북돋워 주어야 할 것이다.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개관 1주년을 맞아 며칠 전 대전오페라단 주관으로 오페라‘라 트라비아타’의 나흘 공연이 성황리에 끝났다.
오페라의 대본(libretto)은 사실상 시어(詩語)이니까 번역에 이중의 노력을 요한다. 잘 다듬어져 귀에 쏙 들어오던 대사를 회상하면서, TV 드라마건 고전 오페라건 간에, 문화의 교류와 향상에는 그 외에 여러 분야의 발전이 함께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