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통재라 아재여! 누가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오라 했는가. 누가 행정수도 이전방안이 위헌이라 했는가. 누가 이 순진한 가슴마다 못을 박아 놓았는가. 수도를 옮겨올 만큼 살기 좋은 곳이라 선정 되었거늘, 빗소리와 함께 허탈과 아픔의 목소리가 고을을 메우고 있다.
한동안 휩쓸던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는 이제 수그러들었을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죽어도 잊을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선 보상이나 해주고 기관 몇 개 옮기면 될 것처럼 생각하는데, 결코 그럴 순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맷돌을 돌리는 ‘어처구니’가 없어졌지만 기어코 다시 찾아야 한다. 막혔던 ‘기’를 다시 뚫어야 한다.
우선, 노대통령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와 같은 사태의 첫 번째 책임에서 대통령이 벗어날 수 없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면서 수도이전 반대측을 얼마나 홍보 설득했는가. 정부 여당이 대통령 탄핵 문제만큼 헌재 심판에 적극 대응했는가. 반대를 이겨내는 특유의 그 추진력과 정치력은 어딜 갔는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다시 팔을 걷고 나서야한다. 다음 달에 제시한다는 정부측 대안에 충청인의 귀와 눈이 쏠려있다. 이제 얼치기가 아닌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아야하며, 제 안은 지속적인 행정수도 재추진뿐이다.
국민투표 추진도 책임져야 한다. 이제 와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한 마디로 막아서는 안 되며, 원칙과 정도에 따라 다시 하면 된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론 분열을 치유하고 방법을 달리해 추진한다면 능히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반대하는 측에 다시 묻고 싶다. 행정수도 이전이 충청권만을 위한 지역 이기적인 사업인가. 계추 정부여당을 도와주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치부만 할 것인가. 왜 얼마 전까지 가만히 있다가 ‘천도’라는 잘못된 말 한마디에 발끈하는가. 수도이전에 따른 일시적인 문제 몇 가지가 그리도 두려운가.
거듭 강조하거니와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과밀과 지역 불균형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국가 차원의 상징적 대안이다. 수도권도 잘 살고 지방도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상생의 길을 함께 가자는 방안이다.
그리고, 충청인 스스로 겸허하게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보자. 핫바지, 멍청도, 등신… 타 지역으로부터 참으로 듣기 거북한 쓴 소리를 들을 책임이 우리에게는 전혀 없는가 말이다. 충분한 검토와 파악 없이 내 땅, 내 집값 얼마 오른다고 무조건 박수치고 좋아하지는 않았던가. 충청도 민심을 악용해 오는 정치권도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꼼수와 노림수에 휘둘린 우리 자신도 돌아보아야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수가 적으면서도, 화합과 단결이 잘 안 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자. 남의 판단이나 의사에 따라 좌우될이 아니라 충청인 스스로의 주체적인 의지와 역량을 좀더 강하게 결집하고 표출해야 할 것이다.
연기, 공주… 땅은 말이 없고 빗줄기는 여름비처럼 거세진다. 지역주민들의 아픔과 분노처럼 비가 내리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자연의 봄은 오지만. 연기, 공주의 봄, 충청의 봄은 저절로 올리 없다. 나라를 구했던 충절과 애국심, 충청인 특유의 끈기와 저력을 지금 한껏 발휘 할 때다.
충격과 분노를 넘어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충청인 우리 손으로 꼭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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