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성화에 따른 산행이었지만 형형색색 물든 단풍과 그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등산객들을 보면서 새삼 늦가을의 정취와 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었다.
공직에서 한가한 틈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전공노 관련 사태는 그들과 한솥밥을 먹는 공직의 한 구성원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막을 수밖에 없는 방패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공노 활동은 80년대 이후 시작된 민주화 열풍의 연장선에서 어느 정도는 예측된 일이었고, 또한 우리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라 할 수 있는 공직사회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종착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그동안 일반인들의 전유물처럼 느꼈던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충격 그 이상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말한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공복이기보다는 정권의 부침에 순응한 종에 불과했다고. 그래서 이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개혁이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파업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같은 공무원으로서 그 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하기는 어렵고, 또 일부에서는 이에 동조하는 견해도 있다.
사실 우리 공무원들은 한 때 공복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강요받고, 또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값비싼 희생을 치른 바도 있다. 언제 또 우리 공직사회에 그러한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신행정수도 무산에 따른 우리 충청권의 좌절감과 배신감은 너무도 깊고 크기만 하다.
전공노는 “국민 곁으로 다가서고 진정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다. 전공노가 진실로 그렇다면, 지금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파업이 아닌 국민들의 불안감을 치유하고 상처받은 우리 충청권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일 것이다.
국민 대다수 또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차단하는 다양한 방법과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파업권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노조 법안이 시행된 후에 그에 따른 문제제기를 해도 때는 늦지 않다고 본다. 더욱이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진일보한 것이고,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용인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공노가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값비싼 희생을 불러옴은 물론 전공노가 추진하는 공직사회의 개혁이라는 순수한 의도마저 빛이 바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 단풍의 화려함보다는 경제의 어려움과 신행정수도 무산으로 큰 시름에 잠긴 국민과 도민들에게, 그래도 믿고 기댈 곳은 공무원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한 발 물러서는 지혜를 발휘하게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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