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메마른 대지와 나무로부터 새싹들이 피어날 수 있는 것은 새싹들의 어미들이 지난 1년 모진 풍파 속에서도 영양분을 충분하게 섭취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기 때문이리라. 또한 혹독한 겨울을 아무런 탈 없이 잘 견뎌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씨앗과 뿌리와 나뭇가지에서 피어난 가녀린 싹은 봄과 여름을 보내면서 가지와 줄기와 잎을 그리고 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또 다음 해를 기약하며 결실을 맺고 대지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자연을 통해 끝은 영원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작 속에 끝이 있고 끝 속에 시작이 있는 것이다. 새롭게 피어나는 싹 안에 이미 가지와 줄기와 잎과 꽃과 과실을 잉태하고 있기에 시작 속에 끝이 있지만, 그 씨앗과 뿌리 속에 새로운 싹을 틔워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에 끝 속에 시작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강인한 생명 의지(生意)를 가르쳐 준다. 강인한 생명 의지가 있기에 그 혹독한 겨울의 찬바람과 냉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워낼 수 있고, 또한 그 가녀린 싹은 모진 더위와 비바람을 이겨내고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끝은 항상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끝은 항상 새로운 시작을 잉태하고 있다. 초등학교 생활의 끝은 중학교 생활의 시작을 의미한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생활의 끝마침은 새로운 사회생활을 함께 가져다준다.
2004년의 끝은 곧 2005년의 시작이다. 아니 새로운 싹이 이미 뿌리와 씨앗 속에 잉태되어 있듯 2005년의 시작은 이미 2004년 속에 잉태되어 있다. 2004년을 알리는 달력도 이제 2장 밖에 남지 않았다. 2004년 새해를 맞으면서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모두들 희망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살았을 텐데. 다들 새해의 소망을 얼마나 성취했을 런지? 그러나 끝은 끝이 아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준비기간이다.
씨앗과 뿌리로부터 건강한 싹이 터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견고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씨앗의 모체가 지난 1년간 건강하게 자라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씨앗과 뿌리가 겨울을 건강하게 잘 견뎌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한 싹이 터 그 싹으로부터 견실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병들고 허약한 모체로부터 건강한 씨앗이 탄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단지 2004년의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오히려 희망한 2005년 새해를 맞기 위해 그리고 건강하고 희망찬 2005년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이제 남은 2004년을 건강하고 보람차게 보내야 한다. 2005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리는 2004년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 앞에서도 생명을 소중하게 키워갈 수 있는 강인한 생명 의지로 다가오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 이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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