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봄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현란하고 생기발랄한 봄과는 달리 차분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아름다움이다. 아마도 한 해 동안의 생을 마감하고 조용히 사그라지는 낙엽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무는 기온이 내려가면 겨울을 나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분리층)’를 만들어 뿌리에서 올라오는 물과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차단해 버린다. 그러면 여름철의 진한 녹색에 가려 있던 여러 색소가 드러나 나뭇잎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서 떨어진다.
하지만 그 오색 가을 풍경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의 과정이기에 더 아름답다. 시린 겨울을 나기 위해 지금은 잎을 떨구지만, 그 과정이 있어야만 새봄에 가지마다 새살을 틔울 수 있는 것이다. 나무에게 가을은 새로움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기에 더 눈부시다.
통계청에서는 지난 10월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고령자통계’를 발표 하였다. 이 통계를 보면 2001년에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76.5세였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72.8세이나 여자는 남자보다 7.2세가 많은 80세에 달하였다.
예로부터 아주 드물어서 고희(古稀)라고 부르던 칠순을 10살이나 넘어서서 ‘팔순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2050년에는 남자도 ‘팔순시대’에 들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제 ‘나이 80’은 특별한 사람만이 누리는 천수가 아니고 누구나 다 누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60세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천간과 지간을 합친 60갑자를 한바퀴 돌았다는 장수의 뜻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생을 뒤돌아보며 과거를 하나씩 접고 정리한다는 의미가 더 컸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수명 연장의 추이에서 보면, 60세는 과거를 접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 출발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0세부터 19세까지 20년 동안은 ‘유년기’ 또는 ‘청소년기’라는 이름이 있다. 20세부터 39세까지의 20년은 ‘청년’이라고 부르고, 40세부터 59세까지의 20년은 ‘장년’ 또는 ‘중년’이라고 부르며, 60세 이후를 ‘노년’이라 불러왔다.
이제는 수명이 늘어나서 80세를 누구나 누리게 된다면, 우리는 이 가을 만추의 아름다움과 함께 노년기의 새로운 의미를 조용히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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