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경제부장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책연구기관이 어찌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사실은 뻔뻔하게- 고유업무를 내팽개칠수 있는 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원장 김중수), 즉 KDI.
지난달 말로 기억된다. 중앙의 모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내용인즉 한마디로 경제예측이 어려워 경제정책의 입안자료가 되는 경제전망보고서를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참으로 요상한 핑계를 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의 정책방향을 비롯한 환율·유가 등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갈수록 불투명해져 우리나라 경제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처해 경제전망보고서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각설하고 KDI는 반드시 경제정책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전망보고서를 내야한다.
설령 피치못할 사정으로 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는 지경일지라도 하다못해 생색이라도 내야하는게 KDI의 몫이다.
이는 KDI의 설립배경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KDI는 제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수립과정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개발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기관의 필요성에 따라 지난 1971년 3월 설립됐다.
이후 오늘날 우리 경제가 이 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을 곁에서 줄곧 지켜오면서 국내외로부터 ‘한국의 싱크탱크’란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평가는 정부의 경제개발계획 수립이나 경제정책 입안에 기여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민간기업이나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경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역할에도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실제 KDI는 언제나 시대와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민첩하게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KDI가 내놓는 각종 연구자료와 경제지표 등은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정책자료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국외에까지 국제적 환경변화에 상응하는 국가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DI가 내놓는 경제보고서는 논리의 일관성과 객관성, 중립성 등이 요구되면서 정부가 경제정책을 입안할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KDI가 경제가 불투명하다고 전망보고서를 내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는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KDI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KDI는 수행해야 할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로부터 주문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수동적이기 보다는 먼저 연구수행 성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제도나 정책의 개혁방향을 제시하는 게 KDI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우리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한국 최고의 싱크탱크라고 자부하면서 경제가 어렵다고 전망보고서를 내지 않겠다는 것은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국책연구기관의 존립이유도 없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이 정작 어려울수록 더더욱 솔선수범해야할 입장인데 예측불허의 경제상황때문에 경제전망보고서를 내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고 정부에 대한 기만인 것이다. 제대로 된 정책은 제대로 된 보고서에서 비롯된다. 상황이 나쁘다고 경제전망치를 낼 수 없다는 발상자체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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