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들에게 ‘낙엽의 상상력’을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낙엽’을 통해서 연상할 수 있는 단어 가운데 가장 신선한 것을 찾아보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의 상상력은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가을, 쓸쓸함, 이별, 손수건, 눈물, 어머니, 희생, 거름’ 등을 거론하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서 두 경우는 나로 하여금 무언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해주었다. 그 하나는 ‘거울’이고 또 하나는 ‘그림자’였다. 먼저 거울의 경우는 어느 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 벌써 가을이구나’ 하며 한해를 돌아보고 자신을 반성한다는 점에서 낙엽이 거울과 통한다는 것이다.
발상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다음으로는 그림자였는데, 이것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경우였다. 어떤 물체든지 그림자는 그것의 색상과 무관하게 모두 흑백으로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낙엽도 마찬가지로 이파리가 지녔던 초록색이나 노랗고 붉은 빛깔을 다 비우고 모두 같은 갈색으로 땅에 뒹군다.
바로 이것이다. 다시 말하면 낙엽이나 그림자는 모두 동일한 상태로 땅에 닿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사실을. 그렇다. 젊은 날의 미와 건강, 명예와 권력과 권위도 인간이 죽을 때는 다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닌가? 낙엽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돌아보고 더 나아가 생의 순리와 외경을 동시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에 도달하면 상상력이 왜 필요한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상상력이란 우리 생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우리들의 생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 떨어진 나뭇잎이 도로 위를 따라 달려가고 있다. 나는 떨어진 나뭇잎 속의 시간을 따라서 걸어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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