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이론이란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전제하에서 주인(主人)과 그 주인을 대신해서 일을 하는 대리인 (代理人)의 관계를 규명하는 이론이다.
대리인은 주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그러나 주인이 대리인의 능력이나 행동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리인은 주인의 이익보다는 대리인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을 갖기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주인의 이익을 편취하게 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일종의 도덕적 위해 문제이다.
그래서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주인은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당근과 채찍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주인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다시는 그러한 결정을 하지 않게끔 당연히 벌칙을 받아야 하고, 그 손해를 주인에게 보상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린 헌재위원들은 국민들을 대신하여 헌법이라는 국가의 기본법을 지키는 임무를 위임받은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재판관들은 주인인 국민들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했어야만 한다. 그러나 헌재위원들 역시 개인의 이기적인 욕구를 먼저 충족시키고자하는 욕심이 존재하기 마련. 이러한 유인을 제거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이에 대한 대비가 없었던 것이다.
고귀한 헌재 재판관 정도라면 자신의 이익 보다는 당연히 국민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헌재가 재판하는 내용들은 자신과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들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행정수도에 관한 결정은 헌재위원들의 개인적인 이익과도 관련을 갖고 있는 사항이었다.
행정수도의 이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 바로 부동산 가격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로 예정지의 집값과 땅값이 급등하고, 수도권의 땅값은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이 바로 이를 말해 준다. 막상 행정수도를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진행되자 자신이 살고 있는 집 값이 하락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방어하려고 하는 의도를 의식적으로 하게 되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관습헌법이라는 것을 동원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헌 판결을 내린 재판관들이 서울이라는 곳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고 자신이나 가족들이 땅이나 아파트 같은 것들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의심은 받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인들의 이기적인 욕심이 작용된 것이 아니라면, 따라서 헌재 재판관들이 관습법까지 동원해 가면서 수도이전 자체를 막은 것이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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