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들이 워낙 개구쟁이들이기에 지난 2주 동안 애써 무게를 잡으며 간섭과 통제를 주로 해야 했다.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할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일일이 챙기고, 새 생활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힘든 스트레칭 체조를 벌처럼 견디는 체육시간도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점심시간만은 자유롭고 즐겁게 해 주고 싶다. 짧은 자유시간 동안 마음껏 떠들고 운동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역시 그 시간만큼은 즐거운 선생님이 된다.
학교 업무가 바쁘지만 점심시간 때에는 모든 일을 벗어버리고 어린이들과 함께 배드민턴 라켓을 잡는다. 체육관에 가서 기다리면 열 명 남짓한 어린이들이 라켓을 들고 들어온다. 다 같이 신나게 배드민턴을 할 수 있는 30여분의 시간은 하루 일과에서 나의 즐거움이자 녀석들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된다. 어린이들에게 골고루 셔틀콕을 날려줄 때나, 일부러 어렵거나 빠른 공을 주어 바닥에 나뒹굴어도 감출 수 없는 즐거움을 표시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짜릿한 스릴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려고 한다. 수업 시간에 호된 질책을 받은 녀석도 축구공에 몸을 맡기면 얼굴이 활짝 펴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 어린이들도 곧잘 운동장에 나오는데 한데 섞여서 신나게 떠들며 슛을 날리는 모습들을 보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멀리 날려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점심시간에 체육관에 나가버리면 다른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의 기회가 적어지고 갑자기 회의가 소집될 때도 있지만 만사를 모두 제치고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려 한다. 이런 노력들은 내가 운동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잘 해서가 아니라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이 앉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어울리면서 느끼는 정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나에겐 무척 중요하다.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한 녀석이 선생님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짧지만 내겐 무척 의미가 된 글을 전해주었는데 아직도 소중하게 마음속에 남아있다. 앞으로도 난 내가 만나게 될 수많은 어린이들과 항상 함께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의 깨끗한 웃음을 볼 수 있는 시간들이 내게는 너무 소중하고 또 행복하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