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격변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미 4반세기 전인 1980년 어느 봄날, 신사복을 입고 첫 출근했던 때를 떠올리면 내 생활 모습의 변화는 나이를 들어가며 변해가는 내 모습이나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생활 패턴이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물론 지난 날 우리나라 경제개발기의 눈부신 소득증대나 경제발전, 그리고 이에 연이어 꽃 피운 민주화의 결과라고 말 할 수도 있겠으나 너와 나,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여 가는 생활의 모습을 바라볼 때, 이는 과학기술 발전의 힘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1920년대의 비행기, 30년대의 냉장고, 40년대의 나일론 양말, 50년대의 경구 피임약, 60년대의 컴퓨터 마우스, 70년대의 핸드폰, 80년, 90년대의 인터넷과 콤팩트 디스크, 21세기 들어서는 인공장기들이 그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출연연구소를 다니는 과학기술 일꾼으로서 나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25년간 한결같이 한 직장에서 기술개발 하나에만 매달려온 연구원으로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매스컴에서는 연구원들이 연구소를 떠난다는, 그것도 특히 대학으로의 이직이 많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나름대로 분석해 본다면 요즘 같은 ‘지식산업 사회’에서 이 정도의 이직은 당연하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바람직 할 수도 있는 것인데, 문제는 일방적으로 연구소에서 대학으로만 가고, 그 역으로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에 있다.
요즘 트윈세대(Tweens Geer ation)라고 불리는 8세에서 16세 사이의 아이들은 명품과 디지털 기기들을 가지고 패스트푸드와 게임을 즐기며, 모든 일은 자기가 결정하고, 대량소비를 구가한다고 한다. 게다가 이 아이들의 직업은 자기가 즐겨하는 것을 좇아 거침없이 바뀌어 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젊은 직장인들에게도 나타나고 있어 이들에게 일터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입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의 추구와 자아의 실현을 위한 곳으로 변모하여 가고 있는 것이다. 즉, 날이 갈수록 모든 이들이 좀더 자율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직업을 선호하여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사님이라고 불리는 연구원보다는 교수님, 그 보다는 사장님이 더욱 좋은 직업이 되고, 이 방향으로의 이직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무한경쟁의 세계’에서 우리 사회 및 생활의 변화와 발전을 끌고 가는 사장님, 교수님 그리고 연구원 박사님들은 무한한 창의력을 가져야 하며 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유와 자율권이 주어져야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사장님들처럼 연구원 박사님들께도 좀 더 과제의 선택과 재원활용에 자율권과 자유가 주어진다면 앞으로는 사장님, 교수님들이 연구소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잖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리하여 10년 후 대학을 졸업한 트윈세대 들이 기술과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즐겁게 연구하며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민간, 정부출연, 대학의 과학기술연구소가 많이 생겨나고, 이들에게 이들 연구소가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되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은 반드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우선 나부터 트윈세대들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자세로 즐겁게 일하며 학문과 연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변모하여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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