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활성화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 금액의 일정률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는 급여 사용자들의 카드 사용률을 급 가속적으로 증가시켰으며 결과적으로는 무리한 회원확보 경쟁 및 신용 자격이 미달되는 사람들까지 회원으로 가입시키게 하였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신용카드 외에는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 신용카드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현금이 대부분의 거래에서 사용되었다. 한국인들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해외여행 시에 한국인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정도였다. 최근에도 심야에 택시 운전자들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다닌다고 해서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택시 등 교통수단에서의 전자화폐 활용이 이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신용카드 외에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결제수단이 함께 혹은 그 이전에 탄생되었더라면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었더라면 지금처럼 신용카드 일변도의 결제수단 사용으로 인하여 생겼을 문제는 상당부분 예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때 나는 매우 안타깝다. 요즘 들어 연체에 빠진 카드사들이 신용카드의 대체 수단으로서 직불·체크카드 등을 대체 수단으로 내 놓고 다시 회원 모집을 위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
신용카드와 달리 이러한 상품들은 구매와 동시에 자금이 결제되어 카드사들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장에 잔액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이므로 신용카드처럼 충동구매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상품들에 대한 회원확보 광고나 보도자료를 읽을 때 가끔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정부나 금융기관의 정책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쓰이고 있는 MS(Magnetic Stripe)카드를 2008년까지 적어도 90%이상 IC칩 기반의 카드, 일명 ‘스마트카드’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4년을 앞둔 이 시점, 아무리 자재값이 칩 카드보다 저렴할지언정 MS기반의 직불·체크카드 대상의 회원을 늘리는 것이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신상품 수용에 대한 교육 입장에서도 엄청난 낭비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현재의 직불·체크 카드처럼 신용카드의 문제를 보안할 수 있는 대체 결제수단이면서도 동시에 금융정책과도 수평선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는 전자화폐를 카드사들이 단기적 수익 때문에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중 ·장기적 전략을 갖고 카드사 자체의 상품으로 받아들여 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용카드 초기처럼 정부의 제도적 마련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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