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의 입찰금액은 개개의 건설업체가 결정하는 것이지, 현행처럼 발주자인 국가가 개입하여 입찰가격을 심사하고 덤핑입찰을 배제하는 식의 인위적 낙찰가격 조정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덤핑 입찰과 부실시공 간의 개연성이 희박하고, 세금에 의해 집행되는 공공공사이므로 최대한 공사금액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건설회사는 공사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면 원가 이하의 덤핑에 의해서라도 수주하게 되지만 그래도 일정 품질기준은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처럼 발주자인 국가가 공사의 입찰가격을 심사하여 시공자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과연 일부의 주장처럼 업체가 제시한 입찰가격을 그대로 인정하는 무제한 최저가제에 의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독특한 문화와 풍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는 하도급 관계다. 물론 공사를 입찰하는 시점에서 건설업체는 원가 외의 경영이나 실적 등의 측면에서 저가입찰을 시도하게 되지만, 실제로 이의 부담은 원도급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수천 개에 이르는 하도급업체와 자재를 납품하는 공급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시공의 대부분은 하도급에 의해 이루어지고 원도급업체는 주로 자금과 현장 관리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건설시공의 특성상 이러한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국가가 발주자로서 이러한 폐해를 알고 있으면서도 다만 사적인 공사계약의 주체로서 공사비 절감 측면만 생각하고 무제한 최저가를 허용한다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이 아닐까. 두 번째는 시공의 질과 관련된 논란이다.
시공의 품질은 객관적이며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곤란한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개념이다. 시방이나 도면에 표시된 것은 최종 목적물인 시공물을 이루는 자재의 규격과 품질이다. 시설물의 품질은 이를 시공하는 건설 노무자나 기술자의 기능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데 이를 공식적으로나 수치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가공사의 경우 공사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미숙련 노무자의 투입이 선호될 것은 뻔하며 과연 품질 확보를 장담할 수 있을까. 세 번째는 신뢰기반 약화에 따른 비용의 추가 투입이다. 저가 공사의 경우 감리원을 두 배로 투입하는 등 시공과정을 감독·감시하는데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감리자는 시공자에 대한 감시체제를 가동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노무자와 투입되는 자재 하나하나 까지 제대로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공공공사의 입찰금액을 전적으로 건설회사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현행 저가입찰에 대해 금액을 심사하는 것은 당분간은 유지되어야 할 최소한의 조정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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