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의 모든 국가는 (영국 말고는) 성문헌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나라들에서는 일반적으로 헌법개정에는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硬性憲法) 이는 성문헌법을 그때그때 특히 집권세력의 편의에 따라 함부로 그들의 입맛에 맞도록 고치거나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 하겠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져 듣도 보도 못한 헌법조문이 사실상 신설되었으니 전 국민이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즉 우리 헌법은 전문, 130개 조문과 부칙 6개 조문으로 되어 있는데 엊그제(10월21일) 이 헌법 어딘가에 관습법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라는 조문이 신설된 것이다.
이와 같이 행정수도에 관한 헌법규정이 관습법으로 존재하는데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일반법률로 제정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헌법위반이라는 요지가 이른바 헌법재판소의 결정내용인 것이다.
한편 우리 헌정사 반세기 동안 헌법을 만들고 아홉 번의 개정이 있었지만 헌법 속에 수도의 위치를 규정해야 한다는 논의나 주장은 전혀 나온바 없다. 즉 수도의 위치 규정이 헌법에 정할만큼 중요 사항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헌법재판소는 우리헌법에 관습으로 수도위치 규정이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이를 변경하려면 헌법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궁색한 결정을 하였다.
더구나 이번에 위헌결정을 내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167인의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개헌선인 3분의2에 육박) 찬성한 것을 상기한다면 헌재의 위헌결정이야말로 삼권분립의 자유민주헌법을 위반한 횡포이며 나아가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저버렸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헌재의 이런 횡포 앞에 국민적 저항과 국회에서의 준엄한 자구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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