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배 서울=정치부장 |
그런데도 “이제 논란과 갈등을 접으라고.” “더 이상 집착을 말라고.” 누가 논란과 갈등을 부추겼고, 누가 반대를 위한 집착을 보였기에 예서 말라는 건가.
수도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1주일째를 지나고 있지만 사태인식부터 이처럼 크나 큰 편차를 드러내고 있다. “단군이래 최대역사”라며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던 국가적 주요의제가 아닌가.
이제 중앙 여론과 언론에서의 관심은 서서히 종적을 감출지 몰라도, 충청도 현지의 감정과 결의는 더욱 또렷하고 선명해지고 있는 현실을 지나치게 간과한 소리는 아닐까.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런 인식의 차이조차도 중앙과 지방의 고르지 못한 불균형이요, 불합리한 자기위주의 이기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사고임에는 분명하다. 더구나 논란과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결론이 고작 어느 한쪽을 무자비하게 짓누르는 결정이었더란 말인가.
그것도 약하고 만만한 소수 쪽만을 일방적으로 죽여 놓고 ‘당한 자’가 참고 용서하라고 강요할 일인가.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신행정수도가 건설이 되든, 무산이 되든 헌재의 위헌판결이후 수도이전 문제는 더 이상 충청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떠났다. 그러나 왜 약한 자만이 꼭 당해야 하고, 당한 자만이 또 당해야 하느냐는 격앙된 항변이 바로 충청도 사람들의 정의일 따름이다.
관습헌법이 어떻고 경국대전 내용이 뭐고 하는 고루한 법리적 논쟁에도 이제는 지쳐있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법 적용이라면 지난 대선 공약을 믿고 정부와 정치권의 현란한 놀음에 놀라난 천진무구한 충청도 사람들을 되레 욕 뵈려는 조롱거리로 들린다.
돌이켜 보면,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되더라도 ‘충청도 양반님네들 죄송하게 됐습니다’하고 큰절한번 드리면 끝날 일이었다”고 시인했던 전 추진위원장의 돌출발언이 오늘의 사태를 일찍부터 암시했다는 말인가. 물론 절차상 국민적 동의의 필요성을 말한 것일 수 있겠으나 너그럽고 모질지 못한 ‘충청도 양반님네’의 노출된 한계가 영원히 ‘정치적 표적’이나 선거 때마다 ‘먹이거리’로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불쾌감을 갖게 했다.
탄핵소동과 수도이전 파동에서 원고이자 피고로 각기 넘나들었지만 국회는 두 차례 모두 패소의 입장으로 전락했다. 그 조차도 모르고 정파로 갈려 박수와 고함으로 일희일비를 거듭하는 일그러진 군상의 모습이 마냥 처량 맞아 보인다.
오늘의 이 사태에 대한 원인제공자로서 자각증세도 없다. 대국민 사과결의 조차도 모른다.
이 정도수준의 한심한 대의기구라면 해체가 마땅하다. 지금 땅에 떨어진 국회의 위상은 어찌 보면 필연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대통령 탄핵기각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위헌에서도 걸핏하면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승리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을 그렇게 주장하는데 더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수도이전 위헌판결은 누가 뭐래도 정치적 고려가 강하다. 법률적 양심에 따라야 했을 헌재가 왜 그리도 옹색한 법리해석까지 동원해야 했을까. ‘엑스트라’가 된 충청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주연급 배우들에게 묻고 싶은 궁극적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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