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공약사항으로 신행정수도를 옮기겠다고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30 여년전부터 장차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혜안으로 정부차원에서 수도의 이전에 추진되어 왔다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추진된지 이제 11개월여가 되었다. 길지 않았던 기간이었음에도 신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절차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추진되어 왔다.
선량한 지역민들은 온갖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상대대로 물려받아 살아온 정든땅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행정체제로 전환을 하였다.
이제 충청인은 물론 우리나라 전지역과 저멀리 해외에서 조차 대한민국의 신행정수도 이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 나의 머릿속을 아무생각 없이 온통 하얗게 만들어 버리는 사건이 되어 버렸다.
백제의 왕도이기도한 우리 공주는 면적이 서울의 1.6배나 되면서 변변한 공장하나도 없이 그동안 발전에 있어서 철저히 소외되어온 지역이다.
이제 그동안의 설움을 딛고 근근이 살아온 초가삼간을 헐고 반듯한 기와집을 지으려는 꿈에 부풀어 있던 우리 공주시민 아니 충청인의 기대와 바람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
일부에서는 서울이 지리적으로 우리나라 국토의 중심이어서 통일후의 수도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세계 어느나라의 수도가 모두가 지리적으로 국가의 중심에만 있단 말인가. 미국의 워싱턴이 영국의 런던이 중국의 북경이 그 나라에서 중심부에 있단 말이냐?
지금은 한시각이 다르게 교통·통신이 발달하여 세계마저 지구촌화가 되어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중심이냐 주변이냐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잘 알고 있는바와 같이 지금 우리나라는 소득 1만달러 내외에서 10여년째 주춤거리고 있다. 현재 수도권이 중심이 되는 국가적인 인프라만으로는 2만달러 시대로 가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것이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하는 당위성 가운데 하나이며,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곧 국가 경쟁력의 향상으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린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관습헌법 운운하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키고 이제 추진에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선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으로 몰아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이러한 속담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주시민은 그리고 충청인은 예로부터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오랜세월 개발과 발전의 소외속에서도 별 불평없이 참고 살아왔던 우리 공주시민 그리고 충청인들에게 중앙정치의 이해득실과 기득권층의 놀음에 의해서 또다시 서러움을 안겨주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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