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마감 결과 여섯 명의 학생이 등록을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후보자로 나선 다섯 명의 아이들에 비하면 응철이는 지명도도 떨어지고 당선 가능성도 낮아 행여 자신이 의도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마음에 상처라도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투표 3일을 앞두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각자 지지하는 후보의 피켓을 든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일렬로 늘어선 채 구호를 외치고 있었지만 응철이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교실로 올라가는 계단 옆의 게시판에는 어느새 후보자들의 포스터로 가득차 있었다. 평소 컴퓨터를 잘 다뤄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던 응철이의 포스터도 중간에 끼어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포스터에는 최선을 다하겠으니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담겨있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응철이를 불렀다. 준비를 잘 했느냐는 질문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선거 당일에 치러질 유세 대결에서 심판 받겠다는 말을 남긴 채 서둘러 교무실을 떠났다.
드디어 투표일이 다가왔다. 교내 체육관에는 여섯 명의 후보가 참석한 채 밤새워 준비했을 유세 대결이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응철이도 평소보다는 높은 톤으로 자신의 생각을 후회없이 발표했다. 모든 후보들의 발표가 마무리되자 곧바로 투표에 들어갔다. 결과는 기숙사 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후보자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응철이는 여섯 명의 후보 가운데 최저 득표를 기록했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복도에서 응철이를 만났다. 서운해도 빨리 잊으라는 격려에 선거 기간 내내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최선을 다했기에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제부터는 학생회장에 당선된 친구가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도와줄 것이라는 말을 남긴 후, 남아있는 포스터를 마저 떼어내기 위해 다음 게시판으로 향했다.
비록 꼴찌에 그쳤으나 깨끗하게 승복하고 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선거철만 되면 당선되기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원수처럼 등을 돌리는 어른들의 볼썽사나운 선거문화가 떠올라 얼굴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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