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법이야 정치인, 혹은 일상생활 규범에 관련된 것일 뿐, 과학기술자에게 있어 법이 무슨 큰 관계가 있으랴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실 연구원이란 대저 세상사나 인간관계와는 관계없이, 속세를 등진 수도승 마냥 외부와 유리된 연구실속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그런 사람 군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학기술 역시 현실세상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기술자중의 한 사람인 황우석 교수가 국제연합(UN)에서 난치병 치료 등 질병치료를 위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의 필요성에 대해 호소한 적이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인간 배아복제 연구와 관련해 인간의 윤리성, 존엄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생명공학 연구자, 의사, 종교단체, 시민단체, 정부기구 등 다양한 사회 집단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관한법률’ 이 제정되어 내년 1월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황 교수는 배아줄기 세포의 연구 중단을 선언한 바도 있었다.
과기부에서는 우주개발과 관련한 ‘우주개발진흥법’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우주는 인류의 공동유산이다. 특정국가나 개인, 단체가 달과 천체를 포함하는 우주를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는 없으며, 인류공동의 유산으로서 평화적 목적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연합에서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해 우주활동에 대한 국제적 규범을 제정하고 있다.
특히, 국제우주협약에 따르면, 우주개발로 인한 피해의 발생 시에는 그 행위자가 민간이든 공공기관이든 불문하고, 발생 ‘국가’가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규정해 놓고 있어 본격적인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을 포함한 우주활동에 관한 법률의 제정 없이는 추진이 곤란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는 동시에, 우주개발로 인한 피해와 배상에 대한 책임, 인허가 절차, 정부의 우주개발 추진체계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궁극적으로 우주개발의 진흥을 촉진하기 위해 ‘(가칭)우주개발진흥법’의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이 과학기술계 안에서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 국가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지식기반 사회이며, 지식기반 사회의 구축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그 자체의 발전뿐 아니라 경제·환경·안전·윤리 등 법과 제도를 포괄하는 사회 과학적 접근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자는 사회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사회과학자들도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는 상호 교류의 시대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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