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위헌 결정 의미와 파장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특별기고]위헌 결정 의미와 파장

  • 승인 2004-10-22 01:06
  • 이창기 행범련 상임대표이창기 행범련 상임대표
▲  이창기 대표
▲ 이창기 대표
형평의 여신은 고개를 돌렸다


형평의 여신은 행정수도이전을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에 고개를 돌려 버렸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형평을 실현하기 위함에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형평을 저울질하는 국가의 최고기관이다. 특히 우리사회에서 소외받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다. 따라서 특혜를 누려온 서울과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껴온 지방간의 이익 다툼에서 마땅히 헌재는 약자의 편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헌재의 평결을 보면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고 믿기 어렵고, 믿고 기댈만한 정부기관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라고 외쳐 대지만 그동안 서울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희생해온 지방사람들에게는 심오한 배신감을 안겨 주고 말았다. 사실 행정수도이전문제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여겼던 자체가 무리였다. 행정수도이전은 정부정책의 하나에 불과하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할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다. 그 권한으로 지난 40년간 성장잠재력이 뛰어난 수도권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 투자해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밝은 이면에는 반드시 그늘이 있게 마련이듯 국가경제의 성장 못지 않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심대한 격차가 국민사이에 분열을 가져오고, 국가의 경쟁력을 저해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때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선택은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그중의 하나가 신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이다. 수도권 유인이 정치행정권력이므로 이를 지방으로 분산시킨다면 서울로의 집중을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선택으로 지방은 죽을 지경에 처해 있으니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정부 스스로 옮겨 가겠다는 것이다.

이만큼 책임감 있고 확실한 균형발전 정책이 더 이상 없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수도권, 특히 서울의 일부 기득권층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저항을 하는 것은 오로지 나 밖에 모르는 지역이기주의에 다름이 아니었다. 더구나 국가보안법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행정수도이전을 더불어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국가의 안위가 그렇게 위태롭다면 북한의 공격권에서 행정수도 만이라도 벗어나게 해야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헌재는 가진 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제 정부가 수행하는 모든 정책은 헌재의 결재를 받거나 국민투표에 부칠 일이다. 헌재는 참으로 지혜롭지 못한 판결로 스스로의 위상을 추락시켰으며, 국가정책의 혼란 및 충청권 주민의 정치적 공황 내지는 경제적 손실을 끼쳤으니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지 자못 궁금하다. 이제 지방사람들도 그동안 희생해온 댓가를 요구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앞으로는 수도권에 공급되는 지방의 물과 전기도 제값 받기 운동을 전개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이 각자의 이익만을 고집한다면 이 나라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너무 자명한 것이다.

어쨌든 이번 헌법소원을 야기한 일부 책임이 행정수도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정부의 불성실에도 있는 만큼 앞으로는 행정수도이전이 가져올 수도권의 비전과 다른 지방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널리 알리고 설득하려는 능동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이 국가의 분위기를 쇄신하기는 커녕 더욱 어려운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으니 그들의 정치적 감각도 마비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