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百年大計를 기대하며

  • 오피니언
  • 세상읽기

[데스크시감]百年大計를 기대하며

  • 승인 2004-10-22 00:00
  • 유영돈 편집부장유영돈 편집부장
▲ 유영돈 편집부장
▲ 유영돈 편집부장
“고등학교 서열화는 말도 안됩니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거주지역이나 출신학교에 따라 입학에 있어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나 다름없죠.”

“신뢰할 수 없이 부풀린 내신 성적과 변별력 없는 수능 등급제로 어떻게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습니까. 대학에 최소한의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 줘야 되는 것 아닌가요.”

최근 우리 사회는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았던 일부 대학의 ‘고교등급제’ 적용이 사실로 밝혀지며 오는 2008학년도 새 대학입시 개선안을 둘러싸고 교육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교직원 단체인 전교조는 일부 대학의 은밀한 고교등급제 시행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반교육적 행태라며 맹공을 퍼부었고, 이에 질세라 대학에서는 고교에서 보내온 뻥튀기된 내신 성적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또한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 교총 등 그동안 논쟁에서 한발 비켜 있던 여타 교육주체 마저도 대학 자율권과 공교육 붕괴 등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전교조와 일부 대학간의 논쟁에서 비롯된 대입제도 공방이 이젠 전교조와 교총의 교원단체간,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의 대학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또 그 논쟁 범위 역시 고교등급제에서 본고사 부활 등으로 번지고 있다. 마치 연합 전선의 교육 대전(大戰)을 보는 듯하다.

이에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지난 14일‘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각계의 소모적인 논쟁은 접고 서로 지혜를 모아 난제를 풀자고 설득했으나, 당사자들은 근본적인 대책 없는 원칙적 차원의 담화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교육정책은 그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언제나 개혁의 대상인 ‘뜨거운 감자’였다. 해방이후 17번이나 바뀐 입시 제도가 그 좋은 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교육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무지갯빛 입시제도들을 공표하고 시행했기 때문이다. 명분이야 언제나 그랬듯이 ‘학교교육의 정상화’다.

그러나 이같이 잦은 개편의 피해자는 바로 우리 아들 딸들이다. 당장 2008학년도 대입시 개편안의 대상인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은 얼마남지 않은 올 고입시에서 어느 고교를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학교 교육이 정상화 될 수 있단 말인가. 교육의 근본은 명문대학 진학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잠재력과 같은 미래 지향적 역량을 높여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 동량으로 키우는 데 있다. 입시제도 또한 이점에 무게 중심을 두고 바뀌어야 한다. 개개인의 개성이나 적성은 무시한 채 오로지 점수 따기식, 자율보다는 규제 일변도의 천편일률적인 교육의 싹은 이번 개편안에서 과감히 잘라내야 할 것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말이 생각난다. “난 고교 시절 성적이 반에서 30등도 안됐다. 그런데 UC버클리 대학이 나를 뽑아 주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오늘의 나’가 있을 수 있게 됐다.”

오는 26일이면 그동안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 최종안이 발표된다. 더불어 다음달 말엔 초중등 및 대학 교육 전반에 걸친 중장기 교육 청사진이 공개된다. 간절히 바라건대 이번 만큼은 땜질식 응급처방이 아닌, 진정 21세기를 이끌 우리 후세들을 위한 큰 틀이 나와야 한다. 그 길이 바로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4.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5.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1.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2.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3.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