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경기 난국 속 소비자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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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경기 난국 속 소비자 자리

  • 승인 2004-10-21 00:00
  • 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서울의 한 소비자단체가 ‘소비 심리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2명중 1명은 최근 1~2년 사이 가계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 상황이 IMF보다 더 심각하다고 답변했으며, 유류 가격 상승으로 인해 10명 중 7명은 자동차 운행을 줄였다고 했다. 자동차가 있는 가정의 경우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교체 여유가 있어도 현재 차량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해 소비심리 위축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유가 시대, 물가불안과 고용불안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내년 경기 전망도 그리 긍정적이지 못해 정부와 기업이 바짝 긴장하고 있고 얼어붙은 소비 심리 회생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며칠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시한 ‘소비자 보호 앞장, 공정거래 준수 등 소비자보호강령’이 눈에 띄었다.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 선의의 경쟁과 공정거래질서 준수, 신속하고 공정한 소비자 피해보상 조치 등이 골자였다.

그동안 정부나 기업이 내놓은 경기 활성화 대책 중 ‘소비자’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 볼 수 없었는데 금번 전경련 대책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져 이를 적극 반긴다. 정부와 기업 더 나아가 대다수의 국민들도 경기 회복과 소비자 주권 확립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거나 소비자를 위한 법률 개정과 집단 소송제도 등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 대책 중 소비자가 빠져있는 것을 이상하게 간주하지 않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이를 쇄신하기 위한 실천적인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소비는 경제 활동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어 경제와 소비자는 상호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기업의 생산 활동은 결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소비자는 기업의 생산에 의존해 소비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의식 변화와 시장 경제의 다변화로 인해 이미 소비자들에게 우리나라 제품, 우리 것에 대한 구매만을 요구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 형성되어 있다. 소비자는 목표 지향적 가계 관리를 추구하고 있고 제품 및 상품 관련 정보를 비교하려는 경향으로 발전했다. 이런 이유로 불황을 이겨내는 또 다른 힘인 소비자를 배제한 경제 대책은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 경기 회복을 위한 에너지 집결에 소비자를 중심 축에 놓고 소비자 우선주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 발전과 소비자를 나눌 수 없는 다른 이유는 정부 정책이 느슨해진 틈을 타고 소비자에게 다발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사업자들이 양산될 소지가 많다. 장기 불황을 경험했던 외국의 예처럼 우리나라도 일확천금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악덕상술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적지 않고 이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 회생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다시금 신용불량자 발생을 초래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어 제도적, 정책적으로 안전망 구축을 해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 마음이 조급해져 있고,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위축된 소비 심리 진작에만 관심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욕구에 걸맞는 소비자만족과 소비자감동 추구가 경제 회생의 지름길임을 인식해야한다. 더불어 금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소비자 보호 앞장’이 선언적 의미만 담고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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