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학 편집국부국장 |
지금의 우리경제를 빗대 얽히고 설켜 절대 풀 수 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표현하곤 한다. 한쪽 둑을 막으면 또다른 한쪽 둑이 터져 언제 제방이 무너질지 모르는 위기의 비상 상황.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낸 알렉산더 대왕의 용기와 지혜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노무현 정부가 들으면 섭섭할 수 있겠지만 지금 민심은 과거사고 국보법이고 다 싫으니 제발 편히 먹고 살게 해달라는 것 뿐이다. 그 만큼 국민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는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국민들은 도대체 희망이 안보인다고 야단이다. 희망만 보이면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견딜텐데 지금의 상황은 도무지 앞이 안보인다는 하소연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 때는 국민소득 1000달러에 마이카 시대를 열자며 잘살아보세를 외쳤고 IMF의 위기속에서도 국민들은 금모으기에 동참하면서 희망찾기에 나섰다. 그런데 이 정권에서는 도대체 그런 것 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경제의 위기는 어디서 왔고 탈출구는 어디인가. 그 해답은 아마도 저성장시대의 도래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고성장시대가 마감하면서 사실상 예정돼 왔다고 봐야한다. 고성장에 지나치게 익숙하다 보니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런 침체가 국민들은 마냥 힘에 부칠 수 밖에 없으며 상대적으로 그 고통의 강도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박정희 시대에는 뭐든지 이뤄낼 수 있는 고속성장의 시대였다. 적어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시절에도…. 그러다가 대마불패의 신화가 깨졌고 고도 성장도 중단됐다. 김대중 정부는 성장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벤처를 육성했고 꺼져가는 내수 진작을 위해 부동산이다 카드다 해가면서 억지부양에 나섰으나 결과는 국민의 빚만 늘게한 부작용만 초래했다.
우리의 산업구조는 크게 바뀌었다. 고성장 시대의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는 이제 IT 산업구조로 대체되며 예전에는 열사람이 하던 일을 이제는 한사람이 해내도 될 수 있게 되었다. 자연히 실업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 시장도 완전 개방되면서 자유롭게 국내자본이 해외로 들락거린다. 국내공장시설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고성장 구조에서 저성장 구조로 바뀌면서 경제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문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정도의 소득수준과 경제발전단계에서 겪었던 것들이다. 경제여건이 변하고 국제적인 환경이 변하면서 새로운 여건에 맞는 체제를 선택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이것이 일견 혼란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낙천적일까.
우리경제는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돌입하고 있다. 그간의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불황이 2~3년안에 끝날지 일본처럼 10여년이 갈지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헝그리정신이 살아나고 부동산이나 돈놀이 보다는 창업만이 살길이라는 절박감이 심어질 때 경제는 희망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다. 그때까지는 실직자가 대량으로 늘어나고 소득은 정체되고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고통의 세월들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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