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건강 지키려면 전통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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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건강 지키려면 전통 살려야

  • 승인 2004-10-20 00:00
  • 이정자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이정자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더해 가고 있다. 보릿고개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옛 시절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현대인들은 배부르게 음식을 먹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얼마나 건강에 좋은 음식인가에 관심을 둔다. 그러다 보니 친환경 농산물을 찾게되고, 물도 약수나 정수기의 물을 고집한다. 말 그대로 웰빙 먹거리가 유행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웰빙이라는 말을 붙여야 물건들도 팔릴 정도가 돼버렸다.

물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매우 바람직하다. 건강에 좋은 먹거리를 찾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

오히려 ‘웰빙 웰빙’ 하다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될 정도다. 몸에 좋다는 음식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영양제를 지나치게 복용한 나머지 오히려 간을 해치기도 한다. 몸에 좋다고 너무 채식을 고집하다가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육류를 많이 섭취하여 건강을 해친 사람들도 많다.
중용(中庸)이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사람이 깨끗한 물을 마신다고 하여 증류수를 마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오히려 설사를 한다든지 이상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물에는 미네랄이라든지 각종 성분이 종합적으로 포함되어 있어 사람의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 이처럼 우리가 너무 건강을 염려한 나머지 ‘웰빙 웰빙’ 찾다보면 오히려 우리의 건강은 균형을 잃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렵게 살던 시절 우리는 보리밥에 상추와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서 먹었다. 화롯불에 청국장이나 된장국을 끓여 맛있게 먹기도 했다. 반찬이 없을 때는 텃밭에 있는 야채를 뜯고 한 손 가득히 고추를 따서 먹고, 산에서는 버섯을 채취한다든지 나물을 뜯어다 먹었다. 그 시절에는 평소에 고기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멀리서 손님이 온다든지 생일날이 되어야 애지중지 키우던 닭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음식이 바로 요즘 우리가 그렇게 집착하는 웰빙 음식이다.

요즘 우리는 건강식이나 별식을 찾아 보리밥집을 찾는다. 청국장이나 된장국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좋다고 하여 인기가 대단하다. 채소가 좋다고 쌈밥집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각종 농산물은 국산을 찾고, 몸에 좋다는 별미 음식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러나 그 웰빙 음식들은 대부분이 우리가 어렵던 시절에 먹던 자연 그대로의 먹거리들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마라톤을 하고 헬스장을 다니며 운동을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60~70년대만 해도 우리는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시절에는 자가용이라는 것이 흔치 않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 다녔다. 2-30리를 걸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오히려 먹은 음식이 빨리 소화되어 배고플까봐 천천히 걷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처럼 비만이라는 말은 그리 흔한 말이 아니었다. 그 때는 살찐 사람들이 돈이 많은 사람으로 평가를 받아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우스꽝스런 일도 일어났다.

그렇다면 그 해답은 확실하게 나왔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건강에 좋다고 떠들어대는 그 웰빙 건강식은 바로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그리고 조깅이다 헬스다 하는 것도 열심히 걸어다니던 그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던 부분들이다. 그 동안 우리는 서구문화에 물들어 소중한 것들을 너무 많이 잃어 버렸다. 언제부터인가 전통 음식을 잃어버리고 너무 편리를 추구한 나머지 걷기를 싫어했다. 서구의 패스트푸드가 판을 치고 조깅이다 뭐다 너무 야단을 떨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너무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지 말고 우리의 전통음식을 자연스럽게 섭취해보자. 그리고 많이 걷고 유유자적하게 자전거를 타며 삶의 여유를 찾아보자. 그것이 바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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