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굳게 믿어온 많은 시민들에게 복지만두레사업은 정부가 복지문제해결의 책임을 민간에게 떠넘기는 구실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또한 일선공무원에게는 기존의 복지사업에 혼선만 빚고, 업무만 가중시키는 탁상행정의 결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복지만두레사업은 굳이 대전광역시만이 전개하는 독특한 사업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복지만두레는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추구하고 있는 정부·시장이 아닌 ‘제3방식’(the third way)의 복지문제해결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복지만두레사업의 의의는 왜 선진국들이 복지문제해결을 위해 제3방식을 추구하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서 출발할 수 있다.
서구사회에서 근대 시민국가의 등장과 함께 시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제도였다면 정부는 필요악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자유방임과 야경국가로 대표되는 정부의 최소한의 역할은 19세기 말에 이르러 ‘시장실패’라는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였다. 소득격차에 따른 빈곤, 독과점, 경제공황과 같은 방임된 시장의 결과는 정부라는 대안을 찾게 되었다. 복지정책, 규제정책, 거시경제정책 등이 만들어지면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정부의 ‘보이는 손’은 시장뿐 아니라 일상생활에까지 뻗치게 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래 정부의 역할과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통해 얻어진 결론이 바로 ‘정부실패’이다. 시장실패를 바로 잡기위해 거대해진 정부가 시장보다 더 비효율적이고 부패되었으며, 사회의 바람직한 가치를 형성하는데도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반성과 더불어 그동안 시장·정부의 이분법적 논리 속에서 간과되었던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등장하게 된다. 바로 시민사회이다. 이러한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는 최근의 ‘거버넌스’(governance)의 논의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거버넌스란 사회가 집합적인 선택을 하고, 그러한 선택에 기초해서 행위를 하는 체계라 볼 수 있다. 최근의 거버넌스는 정부, 시장, 시민사회를 국정운영의 세 가지 중요한 축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의 균형 잡힌 역할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의 거버넌스는 무엇보다도 민간부문 및 시민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역사회(community)이다. 지역사회란 지리적으로 한정된 지역 안에 살면서 상호간에 그리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하여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유대를 가진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다.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서 정부나 시장이 아닌 바로 이러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제3방식의 문제해결이다. 이러한 지역사회역량은 구성원간의 사회적 관계와 네트워크 형태의 사회적 자원에 기초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발적인 지역사회 시민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우리사회에서 제3방식의 실험은 불가능한 것일까? 문화는 주어진 제도와 유인 구조 속에서 새롭게 생성되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형성의 촉매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새로운 거버넌스 시대의 정부의 역할이다. 현재 복지만두레의 성공적 정착을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바로 그러한 제도적·정책적 촉매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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