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6개의 연주용 스틱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팔목에는 무거운 납덩어리를 채운 채 타악기를 연주 할 때마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스스로 고행의 길을 걸으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웅장하게 천지를 흔드는 할리데이비슨의 스타트 소리는 그가 만들어낸 원 스틱의 드럼 연주와 함께 무대에서 힘찬소리를 뿜어내는 그만의 카리스마를 관중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점점 청각을 잃어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연습량은 안타깝게도 그의 청각을 자꾸만 갉아먹고 있었다.
세계 기네스북에 오른 미세각의 대가!
작은 쌀알에 283이라는 숫자를 새겨 넣을 수 있는 그만의 기술은 가히 우리가 그의 실력이 어떠한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으며, 또한 글씨를 뒤집어 쓰는 특유한 그의 서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서법은 뒤에서 보면 글씨가 바르게 보이는데 정작 이 퍼포먼스를 보여줄 때는 신들린 사람처럼 최선을 다하여 열중하는 프로다운 기질을 보면서 세상에 노력없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어느 전시장에서 우연히 내가 만든 과자를 드실 기회가 있었는데 당뇨로 무척 고생하시던 때였다. “혹시 이거 설탕 들어간 것 아니예요?”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그 한마디의 말씀속에는 예술의 세계를 아시는 분으로서 일반과자와는 달리 너무도 아름답게 만들어진 과자를 보면서 만든 이의 정성을 자신의 정성으로 생각하시고 꼭 한번 드셔보시고 싶은 생각에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하셨다. 그분의 마음 씀씀이가 자기의 몸보다 타인의 예술에 대한 정성을 높이 사려는 마음에 미안함을 갖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을때 나도 모르게 속으로 존경심과 함께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의 건강악화로 무척 걱정이 커져 있을 때였다. 돋보기를 놓고 작업을 하시는데 사각거리는 날카로운 칼끝으로 순백의 상아에 살아 움직이는 선과 함께 생명을 불어 넣는 관음상을 새겨 넣을때 치열한 예술가의 혼신을 다한 열정은 건강의 악화 따위는 조금도 생각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바로 예술가로서의 근성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는 항상 고독하게 보여진다. 최선을 다하고 떠났지만 아직도 다하지 못한 것은 같은 일에 대한 자신만의 고독. 그러나 보이지 않는 침묵의 표정 속에서 불타는 열정을 또다시 발견하게 되고 꼭다문 입술과 하나의 사물을 주시했을때 참된 예술가의 고뇌를 엿보게 된다. 비록 육신은 세상을 떠나고 안계시지만 그의 작품에 담겨져 있는 정성과 미세각은 살아 움직이는 듯 조용한 열정을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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