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공정거래 지방순회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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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공정거래 지방순회 심판

  • 승인 2004-10-18 00:00
  • 김홍석  공정거래위원회 대전사무소장김홍석 공정거래위원회 대전사무소장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방분권화 시대를 맞아 대전·충청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지단달 22일 충남대에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주관으로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모의심판경연대회는 있었지만 실제 공정거래법 위반혐의 사건을 심의하는 전원회의 순회심판을 대학에서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공정거래 사건을 심판하는 장소로서 법원의 법정에 해당)은 신고인과 피심인(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의 대표이사), 관계자들로 북적인다.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에 대한 심결이 있기 때문이다. 심결하는 과정은 하나의 게임이다. 심사관(사건을 담당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또는 지방사무소 소장)과 피심인은 골대를 향해서 공을 몰아가듯이 서로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위원들은 마치 심판처럼 그들의 주장을 토대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다.

심판정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다뤄지는데, 다양한 사건만큼이나 피심인들의 모습 또한 다양하다.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은 ‘읍소’형이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서 세금도 못 내고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있으니 제발 봐달라는 것이다. 또 ‘모르쇠’형도 있다. 공정거래법에 대해서 전혀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잘못한 게 없다고 우기는 형이다. 관련업자들끼리 서로 출혈경쟁 안하고 잘 해보겠다는 상부상조 정신으로 똑같은 가격을 받았는데 뭐가 잘못됐냐고 한다. 가끔 ‘공갈협박’형도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이 높은 곳 어디에 있는데 계속 이렇게 나오면 심사관의 신상에 해로울 거라고 협박하기도 한다.

‘오리발’형도 종종 볼 수 있다.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그런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담합에 가담한 5명의 피심인중 3명이 시인하는데도 그 자리에서 나머지 2명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들어 늘어나고 있는 유형이 있는데 ‘설득’형이 그것이다. 주로 대기업관련 사건이나 중대사건에서 변호사를 대동하는 경우인데 과거의 심결례나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반론을 펴기도 하고, 때로는 한국적 현실에 대해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심사관과 피심인간에 팽팽한 논리싸움이 벌어지고, 결국 논리가 뛰어난 측의 의견이 채택된다. 금번 순회심판에서 우리 지역 피심인들은 주로 심사관의 공정거래법 위반혐의 논리에 대하여 위원들에게 자기들의 주장을 비교적 설득력 있게 주장한 결과 피심인 의견이 채택되어 일부 사건은 무혐의가 입증되기도 한 바 있다. 우리 지역 기업인들의 성숙한 법적 지식에 위원들 모두 감탄한 바 있다.

요즘 세상에 ‘네 죄를 네가 알렷다’라든가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식의 사또재판이 있을 수 없다.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면서 토론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에 이른다. 성숙한 토론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습관을 기를 때 가능하다. 설득형 시민이 많은 성숙한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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