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강경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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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강경을 돌아보며…

  • 승인 2004-10-16 00:00
  • 이명수 건양대 부총장이명수 건양대 부총장
유난히 맑은 쪽빛 하늘이 강경포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방인처럼 가을 정취를 따라 강가에 서 본다. 유장한 물결이 채운산 옥녀봉을 휘돌아 짙은 가을빛을 여지없이 걸러내고 있다. 강물처럼 그렇게 흘러가 버린 강경의 옛 모습이 그림처럼 무늬진다. 대구, 평양과 함께 3대 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명성에 오버랩되어 희망을 준비하는 강경의 새 물결이 더 거세게 목도 된다. 몇해전부터 시작된 ‘강경을 되살리자’는 큰 흐름이다. ‘강경젓갈 축제’가 그 깃발과 돛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으로 8회째를 맞는 축제가 14일부터 18일 까지 강경읍 전역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벌써부터 북적거리고 들썩거린다. 젓갈을 다듬는 아주머니의 큼직한 손끝에서 강경의 새맛이 묻어나는 듯싶다. 종전의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이외에 국제적인 문화 관광 산업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채로운 이벤트가 포함되어있다. 강변에 새로 세워진 ‘강경젓갈전시관’도 관광객 모으기에 한몫을 톡톡히 해 내리라. 산학협력차원에서 지역대학이 젓갈관련행사에 참여하고 판매용 젓갈용기나 포장지 디자인을 다듬어 주고 있는 일도 격려할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젓갈시장이 쇠락할 때 떠났던 상인들이 다시 돌아와 젓갈판매에 열중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강경 소금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저염도 처리되어 젓갈을 만드는데 가장 긴요하게 사용된다. 요즘같이 살기 어려운 시기에 세상의 소금이 되어보겠다던 정치인들이 뭘하고 있는지 갑자기 물음이 솟구친다. 저마다 목청을 높이고 열을 올려대지만 국민의 걱정과 아픔을 덜어줄 진정한 소금의 역할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강경젓갈처럼 좀더 맛있고 향기로운 정치 소금이 될 수는 없을까?

다시 강경시내로 눈길을 돌려본다. 강경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흔적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1900년대 후반부터 세워진 고건축물들이 아직 도심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준공된 지 100여년이 넘는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부터 남일당 한약방, 강경노동조합, 대동전기상회 까지 숱한 역사적 애환을 힘겹게 끌어안고 있다.

마침, 충남도와 논산시의 노력으로 정부차원의 고도(古都) 되살리기 사업과 소도읍(小都邑) 가꾸기 사업에 포함되어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된단다. 역사지구, 문화지구, 관광지구, 상업지구등 체계적인 개발계획에 따라 수년간 수백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자칫 ‘새것만 좋다’는 인식은 경계되어야 한다. 옛것부터 제대로 보존하고 지켜내지 못하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할 수 없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평범한 지혜를 지울 수 없다. 굳이 불가사의한 백제 무령왕릉이나 불국사 석굴암, 진시황릉이나 폼페이 유적, 앙코르 와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옛것을 먼저 살려 내야함은 자명한 일이다.

요즘 개혁이란 말이 난무하지만 실제 진정으로 창의적인 시책과 아이디어가 얼마나 될까? 상당부분 종전에 추진하던 일을 재구성하거나 재포장한 것들이 많다. 그나마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부터 개혁해야할 부분이 적지않다.
젓갈축제로 바삐 움직이는 강경을 돌아보며 ‘소금’‘옛것’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자꾸 스민다. 젓갈축제의 ‘소금’이 세상의 소금이 되고, ‘옛것’을 새기는 마음이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 속으로 확산되었으면 싶다. 가을빛이 짙은 강경포구에 쉬임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강경이 더 맑고 아름답고 기름진 땅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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