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정치부장 |
이 같은 풍족함의 여유와는 달리 최근 국회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7대 국회의원들은 1년 농사의 결실과도 같은 국정감사로 한창 바쁘다. 국회의원은 국정감사를 한번 해봐야 금배지의 위력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국정감사권은 국정조사권과 함께 국회가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고, 견제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국감은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추진이나 집행을 감독하고 따지며, 필요시 주무 부처의 책임까지 추궁할 수 있다.
또 정기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기 앞서 20일간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별로 국감을 실시토록 국회법이 규정한 것은 예산 심의를 위한 자료 확보에도 그 의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17대 국회 들어 처음 실시하고 있는 국감도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모처럼 세비 값을 한다는 좋은 평을 듣고 있다. 그동안의 국감은 국가기밀 유출, 좌파 시각의 교과서 문제, 서울시의 행정수도 이전반대 관제데모 시비에 이어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이념 공방, 카드대란의 정부 책임 문제 등을 싸고 여야 간에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올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히 거짓말로 인한 위증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행정수도 이전반대 관제데모 시비문제와 관련, 서울시장은 국회증인으로 출석해“관제데모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며칠 뒤 언론과 해당 상임위의원들에 의해서 거짓말로 유추될 수 있는 증빙서류가 나오면서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졌다. 국회는 서울시장을 위증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모색하는 등 여야간 첨예한 위증시비가 일고 있다. 또한 지난 16대 국회에서도 당시 정세현 통일부장관의 거짓말이 논란을 일으키는 등 우리가 경험한 큰 사건 뒤에는 거짓말이 난무했다.
거짓말은 우리사회에 오래전부터 만연하고 있다. 죄의식도 사라진지 오래다. 오죽하면 법정에서조차 진실은 없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자조 섞인 소리일까. 한 변호사는 ‘진실에 가까운 거짓말을 잘해야 형량이 줄고 무죄까지도 받아낼 수 있다’며 한탄했다.
서양과는 달리 우리는 비교적 거짓말에 대해 관대하다. 나이가 들수록 거짓말에 익숙해지며, 거짓말 실력도 는다는 것이 통념이다. 사회 구조적으로 ‘상황’과 ‘관계’를 중시하는 의식구조 탓도 있고, 상황이 달라지면 말과 행동도 그것에 맞춰 바꾸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거짓말은 처한 위험과 곤궁함으로부터의 탈출구로 관대하게 이해되고 자기 방어와 자기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미국 南캘리포니아 대학의 제럴드 젤리슨 박사는 사람이 8분에 한번 꼴로 하루평균 200번 가까이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결국 사회는 거짓말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봐야할 지경이다.
직업군으로 보면 거짓말과 가장 가까운 집단은 정치인이다. 고위공직자나 특정 정치인을 겨냥해 숨소리 빼놓고는 다 거짓말이란 혹평이 있을 정도다. 과장을 좀 보태면 ‘정치인=거짓말쟁이’ 란 등식도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거짓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정에서부터 모범을 보이자. “담배를 끊겠다”고 한 약속부터 거짓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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