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이가 안 좋으시니 묵을 사드리고 싶어요.”, “우리 할머니는 당뇨이시니 사탕은 안돼요.”, “우리 할머니는 술과 안주를 사드릴래요.” 할머니 방문을 앞두고 미리 머리를 맞대고 방문 계획을 세우는 날, 아이들은 할머니를 만나 뵐 기대로 마냥 부풀어 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나 또한 설레는 마음은 마찬가지이다.
우린 대개 박하사탕, 전병, 부드러운 케이크 같은 약간의 간식거리와 김, 국수 등 반찬종류, 활명수나 모기물린데 바르는 약, 한방파스 같은 상비약, 그리고 예쁜 양말이나 분홍색 수건 같은 잡화를 사서 선물상자를 만들어 드린다. 그리고 집에서 준비해 간 밑반찬으로 밥을 지어 할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온다. 어느 자모님은 집에서 쑨 도토리묵을 보내오기도 하고 장조림 같은 밑반찬을 만들어 보내기도 하니 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교사가 함께하는 봉사활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방문 당일엔 아이들을 각각의 할머니 댁에 실어다 주고 한바퀴 돌아보는데 찾아가는 할머니 댁마다 아이들이 만드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집에서는 일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국수를 삶는다고 죽을 만들어 할머니께서 비빔국수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어느 댁에서는 남자 아이들은 집 주변을 돌며 깨끗하게 치우거나 늘어진 나뭇가지들을 톱으로 자르고, 여자아이들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한다. 또 다른 할머니 댁에서는 할머니 머리를 빗겨드리고 모자를 씌우며 ‘우리 할머니 소녀 같다’하고 웃음바다를 이루며, 할머니의 살아오신 이야기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듣기도 한다.
며칠 전부터 서로 계획을 세우며 할머니를 찾아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의 예쁜 마음과 할머니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 떠들썩한 몸짓들이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할머니들의 미소 띤 얼굴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러니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오는 날을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다. 외로운 것이 가장 힘들다는 할머니들에게 아이들은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손자 손녀이기 때문일 것이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의 아이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해맑다. 사랑을 실천한 후의 뿌듯함이 그대로 배어나온다고나 할까? 날이 갈수록 아이들의 버릇이 없어지고 이기적이 된다고 말들 하지만 난 우리 아이들을 보며 희망을 읽는다. 지금은 조금 부족하고 서툴고 버릇없는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어른을 공경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실천하며 따뜻한 마음이 번져가는 것을 느껴본 아이들은 성장한 후에도 사랑을 나누고 효를 실천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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