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대전은 살기 좋은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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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대전은 살기 좋은 곳인가?

  • 승인 2004-10-12 00:00
  • 이조윤 중부대 교수·에세이스트이조윤 중부대 교수·에세이스트
나는 거의 매일 대전천 하상도로를 이용하여 출퇴근하고 있다. 처음 시작하는 곳부터 끝까지 그 길을 이용하다보니 대전천의 사계절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다니는 셈이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집을 옮긴지 스무 해를 훌쩍 넘겼으니 이제 대전 사람이라 해도 될 것이다. 처음 대전에 왔을 때, 대전의 도시환경은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 대전에서 지금은 꽤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대전이 품고있는 하천 때문이다. 알다시피 대전에는 다른 도시에선 보기 드물게 세 개의 제법 큰 하천이 도심을 관통하고 있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백로와 해오라기들이 날아들 정도로 하천의 수질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 덕에 봄이 오면 천변에 가득 피어난 유채꽃을 보다가 여름이 되면 아이들이 물놀이하며 깔깔대는 모습을 보다가 가을이면 손에 잡힐 듯 도로 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길을 횡단하는 호사를 즐기게 되었다. 그만큼 나는 대전천변의 하상도로를 좋아한다. 출퇴근길의 번잡함 속에서도 꽃과 새와 아이들이 어우러져 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좋아했다.

그런 대전천의 하상도로가 헐릴 모양이다. 그 대신에 지상에서 16m 높이의 천변고속화도로가 2006년부터 건설된다고 한다. 목적은 대전천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3대 하천을 잇는 도로망을 건설하여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내심 실망했다.

자연은 인간과 공존하는 모습에서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러기 위해 도심의 하천은 사람들과 더 가까이 있어야한다. 거기서 아이들이 풀무치를 잡으러 뛰어다니고 하루가 힘겨웠던 어른들은 승용차를 타고 가다 꽃냄새를 맡으면서 하루의 피곤을 잊기도 할 것이다.

설령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거기에 육중한 교각을 세워 고속화도로를 건설해서 하천생태계를 복원했다고 해도, 그 위를 씽씽 달리는 나는 어떻게 꽃을 볼 것이고 어떻게 새를 볼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복원된 하천생태계는 대전 시민에게 어떠한 의미로 존재하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무엇이든 가르는 일에만 익숙하고 공존하는 일에 서툰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되풀이하다가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청계천 고가도로를 보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누구든지 내가 살고있는 곳이 아름답기를 꿈꾸고 상상한다. 오늘도 나는 정체된 하상도로로 퇴근하면서 백로의 물질을 지켜보는데 저쪽에서 왜가리 한 놈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 구경도 꽤 재밌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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