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국민보건 향상에 원자력 이용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사이언스칼럼]국민보건 향상에 원자력 이용

  • 승인 2004-10-12 00:00
  • 변명우 원자력연구소 방사선이용연구부장변명우 원자력연구소 방사선이용연구부장
불과 1세기 전만 하여도 인간은 미생물에 대하여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었으며, 그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세계 어느 지역이나 페스트, 탄저, 콜레라, 장티푸스 등에 의한 피해가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1세기 동안 이룩한 과학문명의 발달은 이러한 전통적인 질병의 실체를 밝혀냈으며 의료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이제는 대부분의 미생물관련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미생물들은 인간에게 정복당한 채로 그대로 머물러있지 않고 있다. 에이즈와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성 질병이 생겨났고, 인간의 의학기술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이 대장균 O157:H7, 사스(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독감 등의 새로운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식품을 통한 질병의 전파는 인류에게 새로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학기술의 최고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매년 식품에 오염된 이들 병원균에 의해 발생되는 질병 건수가 6백50만∼3천3백만 건이 넘고 있으며 이 중 9천여명이 죽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 손실도 연간 약 65억∼3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식품을 통한 미생물의 위협은 의학적 관점의 대응과 함께 식품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예방 차원의 새로운 기술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가열살균, 냉장·냉동, 화학약품 처리 등의 기술은 여러모로 제한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원자력의 이용기술인 방사선 처리기술이다.

강력한 에너지원인 방사선을 잘 조절하여 식품에 쪼이면 신선도, 맛, 영양가의 손상 없이 유해세균을 제거하고 식품을 오랫동안 위생적으로 보존·유통할 수 있다. 미국의 식품의약품청은 이미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의 육류를 비롯한 여러 식품에 방사선을 쪼이는 것을 허가하였고, 금년 2월부터는 식중독 예방을 위하여 이 기술을 학교급식에 적용토록 하였다. 국내에서도 한국원자력연구소를 중심으로 이 분야의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며 현재 수 십 개 품목의 식품에 대하여 방사선 조사가 허가되어 일부 실용화되고 있다.

문제는 원자력이나 방사선이란 용어 자체가 주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의 피해를 경험한 현대인들의 기억 속에 방사선은 살상도구로, 무서운 유전병을 일으키는 공포의 물질로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인류가 경험한 불과 전기의 사용 역사를 생각하면 이것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문제라 생각된다. 전기는 인류가 만들어낸 불보다 한층 높은 에너지원이다.

전기에 감전되면 순식간에 사람이 죽을 수 있으나 사람들은 이것을 조절하여 현대문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원자력도 마찬가지이다. 원자력의 가공할 에너지를 조절통제 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되면서 원자력은 살상무기에서 소중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력의 절반이 원자력을 통하여 생산되고 있다.

이제 인류는 미생물과의 새로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원자력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우주여행을 한 우주인들은 주로 방사선을 쪼여 위생화 처리된 식품을 우주선에서 먹었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병원에 입원한 면역결핍증 환자들의 음식으로 방사선으로 멸균한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기술이 정착되면 현재 화학적 첨가물로 사용되는 식품보존제나, 곡류 등의 보존을 위해 처리되는 유독가스의 사용량을 크게 낮출 수 있고 미생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아울러 지나친 가열살균에 의한 맛의 저하나 영양가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게 되므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한 가지 남은 과제는 원시인들이 불의 공포에서 벗어나듯이 21세기 사람들이 원자력의 공포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4.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5.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