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부자에게는 거지 라자로의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재물을 가지고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갔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랐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눌 줄도 몰랐으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결국 지옥에 가서야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주린 배를 채우려는 라자로의 삶은 ‘비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종기투성이인 그의 몸은 그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거지 라자로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비참한 자기 신세를 원망해보고도 싶고, 하느님을 부정하고도 싶었겠지만 그는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살았습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당신의 은총입니다”라고 고백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입니다.
거지 라자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어떤 처지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점심을 먹고 갑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러 옵니다. 봉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무료 급식소로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처음 무료급식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왠지 부끄럽고, 죄 지은 사람처럼 들어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어 갑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사람인 것처럼….
그런데 더러는 이곳에서 힘을 얻어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아저씨는 가끔 찾아 와서 쌀을 놓고 간다고 합니다. 직장을 잃고 가족에게 버림을 받았던 그는 삶을 포기하고 하루하루를 술로 지냈는데, 어느 날 수녀님께서 술 취해서 밥을 먹으러 온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많이 어려우신가 봐요. 하지만 포기하지는 마세요….” 그날 이후로 그는 여기저기에서 힘든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고, 기회가 되면 쌀을 사서 급식소로 가져왔습니다. 이 쌀을 먹고 자신처럼 다시 힘을 찾으라고….
내가 어떤 처지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리석은 부자처럼 그렇게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자신의 이익에 관계되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런 삶이 아니라 비록 내가 손해 본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 지금 너무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 할지라도 한 번 더 힘을 내어 앞으로 가려는 마음. 그것이 바로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입니까? 어리석은 부자의 모습입니까?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라자로의 모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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