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을 거두어 몸과 마음이 풍족해야할 이 가을에 몸은 찌뿌둥하고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분노는 무엇 때문인가?
30년전 윗녘 큰댁 어른이 금강변의 자그마한 황무지를 개간해서 농사지어 먹으라고 준 땅이 있다.
비록 척박한 땅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악착스럽게 부지런히 가꾸고 돌보아 이제 탐스럽게 열린 곡식을 거두고, 하늘에 감사하며 내 식구 먹이고, 이웃과 나누며, 농사짓느라 고생한 소와 말에게도 먹이려 하는데 큰댁의 고약한 어른이 그 땅을 내놓으라 한다.
지난 30년간 농사를 지었고, 작년에는 소유권 등기까지 마쳐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땅을 심성 고약한 큰댁 어른이 제 사촌에 팔촌은 물론이고 그 큰 동네사람들에게 밥사주고 술사주며 ‘저 땅은 큰댁 땅’이라고 온 동네에 퍼뜨리라 꼬드기니 약삭빠르고 理財에 밝은 사람들은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덩달아 몰려다니고 있다.
참으로 후안무치도 분수가 있는데 이는 너무하는 것 같다. 정당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제정된 법을 시행하는 것이 국가로서 당연한 처사일진대, 이 나라의 지도층이란 사람들이 앞장서서 법을 지키지 말자며 선동하고 평지풍파를 일으켜 분란을 초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묻고 싶다.
법학이나 정치학을 전공하지 않아 정곡을 꿰진 못하지만, 국민투표가 전체의 의견을 직접 반영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삼인성호(三人成虎)의 무서움과 중우정치(衆愚政治)의 폐단으로 인해 대의제도가 만들어 졌다고 생각한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는 직접민주정치이다. 하지만 현실 여건상 모든 사람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없기에 그 대표자를 선출하여 그들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기위해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감시하는 것이 의회민주정치이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만든 법을 다른 사람도 아닌 국회의원 자신이 스스로 부정하며 국민투표를 해서 다시 국민의 뜻을 묻기로 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부디 큰댁 어르신에게 당부하오니, 이 풍요로운 가을에 맑고 푸른 하늘 한번 보시고, 몸과 마음이 찌든은 우리 국민들이 통쾌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최근에 민간단체에서도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한 토론회들이 열리고 있다. 대부분 현재 서울의 과밀로 인한 폐해를 인정하고 신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이 입증되고 차질없는 추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 가장 효율적인 신행정수도 건설 방법을 찾아 추진해야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는 매일 여야간의 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정쟁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으로 전국이 고루 잘살 수 있도록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전 국민이 힘을 모으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북풍한설이 오기 전에, 풍요로운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우리 말(村)을 살찌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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