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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화의 교류에 따라 어느 정도의 외래어 수용은 불가피하고 또 오히려 자연스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어문생활은 정상적으로 영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고 본다.
생소하고 아리송한 외래어들이 거리의 간판이나 신문 잡지 방송 또는 온갖 상품의 명칭 등에 넘쳐난 지는 이미 오래이고 나아가 이러한 현상은 공공기관의 명칭에까지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가히 무분별한 외래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별 저항감 없이 어문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정상적이 아니다.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진작부터 외래어 남용을 걱정해 왔지만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그나마 한글로 표기되던 어휘들이 아예 영문자 표기로 바뀌거나, 단어에 그치지 않고 문장의 표기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등 자치단체에서 영어문장으로 된 선전문을 거리와 지하철에서 광고하고 있다 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화를 핑계로 국가의 공공기관이 앞장서 우리말을 훼손하고 문화사대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이다.
이제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몇몇 학술단체나 전문 국어학자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일 듯하다. 어문생활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함께 우리말을 갈고 다듬어 올바로 가꾸어 나가기 위한 국민적 운동이 일어나야 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립국어연구원이 동아일보와 함께 시작한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는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이는 주로 어색하고 낯선 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가는 외래어 순화 운동이라 하겠는데, 인테넷 사이트를 통하여 순화 대상 외래어를 발표하여 이를 대신할 우리말을 공모하고, 그 중 몇 개를 골라 네티즌의 투표로 당선작을 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리하여 예컨대 ‘웰빙’은 ‘참살이’로, ‘스크린도어’는 ‘안전문’으로 바꾸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국어순화운동은 무엇보다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일반 대중, 즉 언중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래 전문가 위주로만 행해졌던 방식과는 크게 차이가 있고 그만큼 기대도 크다.
그러나 이렇게 선정된 어휘가 언어로서의 생명력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는 몇 가지 더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네티즌의 인기투표식 다수결로 정하는 것은 여론수렴의 가장 빠른 방법이기는 하겠으나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에는 그것이 우리말 문법체계나 조어법에 맞는 것인지 반드시 그 적절성에 대한 전문가의 세심한 검토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정된 어휘는 최대한 널리 홍보하여 실제 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정보 제공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국어연구원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이 운동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네티즌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내는 일, 각 학술단체나 공·사 기관들과의 협조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총괄하는 일, 어문관련 법령의 준수 여부를 감찰하는 일 등이 함께 병행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다듬고 가꾸어 나가는 일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풍성한 문화 발전의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국어연구원이 시작한 이 운동은 작지만 소중한 출발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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