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부장 |
축제의 수가 늘어날수록 이들 축제의 종류와 테마도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무술축제, 등축제, 억새꽃축제, 인삼축제, 민속축제에 주꾸미, 대하, 새우젓 심지어 숯불구이 축제까지 생겨났다. 탈춤축제, 의령소싸움축제와 같은 전통에 뿌리를 둔 축제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일부 축제는 온통 먹고 마시는 축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축제가 많은 나라가 다름아닌 프랑스다. 프랑스에서도 매년 500개 이상의 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그 축제의 형태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 정서와는 다소 색다른, 흔한 말로 고상틱 하다고나 할까. 고전 음악에서부터 바로크 음악, 재즈, 현대 음악에 이르는 모든 장르의 음악 축제를 비롯해 댄스축제, 연극축제 등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경우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이 기간 동안 전세계 연극인들 상당수가 이곳으로 몰려든다는 사실이다. 다름아닌 세계적인 연극축제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역시 유럽의 축제 가운데 빠뜨릴 수 없다. 지난 8월 대전지역 연극인 3명이 이곳을 다녀왔었다.
이들 세 사람 모두가 이곳에서 펼쳐지는 멋들어진 음악축제에 홀딱 빠진 채 돌아왔다.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던 잘츠부르크의 상인들도 밤이면 유럽의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로 몰려나와 음악축제를 함께 즐긴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를 몰려다니는 사람들의 물결만으로도 볼거리인 셈이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한밭문화제와 50회를 자랑하는 백제문화제가 8일 일제히 시작된다. 매년 가까이서 열리는 문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커다란 호기심과 흥미를 불어넣지 못한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아쉬움이 남았다.
충남도에서 펼쳐지는 ‘향토문화축제’만도 올해의 경우 31건에 달하며 이에 따른 예산만 58억원이 넘는다. 충남도는 최근 이들 지역축제에 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역적 특성을 살린 축제라기 보다는 노래자랑, 먹거리, 민속놀이 위주의 획일적인 행사를 차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뒤늦으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전통도 살리고, 고유한 문화도 곁들인 가운데 축제의 흥도 살릴 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입까지 즐거운 그런 축제의 장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국 사람, 외국 사람 할 것 없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고 축제의 흥분을 오랫토록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그런 축제, 그런 문화의 장 좀 기획해달라고 당부하는 바이다. 그런 축제 만들어주면 아이들과 아내 데리고 서천이든 광천이든 밤새 달려가겠는데 말이다. ‘향토축제 기획자님들! 어디 멋들어진 축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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