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규 부국장 |
특히 법규준수의무의 논쟁과 관련하여 하나의 소크라테스가 서로의 입장을 옹호하는 반대의 논거가 인용되면서 그 논쟁은 더더욱 분분해지고 있다. 그 한쪽은 소크라테스를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준법정신의 화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반면 다른 쪽의 대조적인 주장은 그것을 전적으로 와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한 시대의 관점과 연구자의 목적에 따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돼 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과연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주장했는지의 진실 규명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법의 권위나 권력 앞에서 얼마나 터무니 없이 악용되었는가 하느냐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대한민국정부수립이후 1~6공화국,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노무현의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법을 제정하고 폐기해 왔다. 이 중에는 국민의 의사와는 달리 정권의 유지나 안보우선의 이름하에 제정된 시국법도 무수히 많다. 해방이후 치안유지법, 긴급조치법, 유신헌법, 사회정화법, 반공법, 집시법, 국가보안법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이 법들은 시대조류나 정권의 교체속에서 유명무실해졌거나 사라진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법이 살아움직일 때의 그 위용은 가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다. 시대상황을 반추해 보면 알 듯이 당시 그 법들은 정권을 유지하는 전가의 보도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안에서 시민의 저항은 무력했고 인권은 유린됐다. 그 때마다 정권에 대한 지탄은 하늘을 찔렀으나 악법도 법이라는 외투를 입고 암울한 시대 법의 역사를 대변해 왔다. 법이 권위를 잃으면 사회는 혼란해지고 무질서한 사회가 된다는 주의 주장속에 아무리 나쁜법이라도 지켜져야한다고 강요된 셈이다.
문제는 이 법들이 정치의 여야가 있다면 정권의 사주속에 힘의 논리를 앞세운 여가 제정하고 정부가 고압적으로 시행했다는 점이다. 여대야소의 국회와 정권 제일주의로 점철된 한국의 정치사를 놓고 볼 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같은 상식에서 볼때 노무현 참여정부때 제정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 등 3대 개혁입법은 탄생자체가 아이러니하다. 3대 개혁입법은 참여정부의 정권유지를 위한 근간임에도 법제정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을 놓고 양상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법의 권위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한나라당의 딴죽으로 첩첩산중이다. 법규에 따라 준수의무를 진 정부에 시행하지 말도록 방해공작이 도를 넘어 범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당내 잠재적 대권주자 3인은 지난 1일 모임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반대입장을 재확인하고 공조입장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이 서울시장은 한술 더 떠 관내 구청의 ‘관제데모’ 의혹을 사고 있는가 하면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라는 범법에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공공연히 공언하고 있는 터다.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한나당의 행보는 자기부정이요 국민의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되면 정권유지를 위한 과거의 ‘악법도 법’이라는 법의 권위는 오르지 정권창출을 위해 불리한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법의 진화에 어이 없을 뿐이다. 정치 지도자의 준법 정신에 소 시민들의 법 대응은 어찌해야 할지 답변이 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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