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민족영웅 동상 하나 없는 나라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시사에세이]민족영웅 동상 하나 없는 나라

  • 승인 2004-10-05 00:00
  • 김세영 前목요언론인클럽회장김세영 前목요언론인클럽회장
집안 어른이 묻는 말씀에 “왜요?”라고 되묻는 아이가 있어도 이제는 버릇없는 아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집안어른들이 묻는 말씀엔 당연히 “예”하고 대답을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른이 묻는 말씀에 “왜?”를 달아도 질문의 내용에 따라서는 당연한 대답이 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잘잘못에 대해 아이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른들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아이들의 되물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합리적 시대를 사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의 예절이 순조롭지 않은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는 예의 바른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옛것은 빛이 많이 바랬습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요즘 그런 말은 잘 인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헌 것은 낡았을 뿐입니다. 집안에 영악한 자손들이 넘쳐 나기 때문일까요.

사회적으로도 옛것을 버리자는 말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을 “보수 골통”이라고 하더니 요즘에는“...을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에 보내자”, “흑백TV시대의 것은 고화질 HDTV시대엔 맞지 않는다”느니 오래된 것이 구박받는 말들이 앞 다투어 회자되고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과연 그럴까요. 집안에서도 나이 많은 어른들이 존경의 상이기는커녕 오히려 성가신 존재가 되어가는 세월입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 온 나이 먹은 세대들에게는 분하고 억울한 세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집안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일으켜 배 굶주리며 자식들 키우고 공부시켜 놓았더니 공치사는커녕 사사건건 구박이나 주는 자손들. 늙고 힘없는 어른들의 노여움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잘못이 있고 실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박물관에 보낼 것은 보내고 흑백 저화질 TV는 그만 보아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일본은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를 맞았습니다. 전쟁을 이끈 구세대들에겐 정말 할말이 없었습니다. 전쟁에 패망을 하곤 후세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60년대와 70년대 일본의 경제발전을 이끈 세대들은 신세대가 아닌 구세대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깨끗이 기업과 국가를 젊은 후세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후배들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그들은 지금도 전쟁을 일으키고 나라를 패망으로 이끈 주역들의 이름이 안치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습니다. 이웃 한국과 중국이 그렇게도 물고 늘어지는 신사참배를 해마다 강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웃 중국의 근대사에서도 많은 이념적 소용돌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처럼 과거사에 대해 그렇게 매달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중국근대사의 인물 가운데 손문은 물론 심지어 장개석에 대해서까지 관대한 역사적 해석을 붙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만에서는 지금도 곳곳에 장개석의 동상이 수도 없이 눈에 띄고 있기도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들 주변에는 동상 하나 없습니다. 4·19때 이승만 박사의 동상이 데모대에 의해 거리에 끌려 나와 볼썽 사납게 흙먼지를 뒤집어 쓴 꼴을 보았을 뿐입니다.

집안에서도 똑똑한 자손이 나오면 우선 집안 살림살이를 정돈하고 나면 조상의 잘잘못은 저절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조상이라고 무조건 잘한 일만 있겠습니까. 일본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조상들을 원망만 하지 않고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놓고 해마다 예를 갖추는 것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그렇다고 그들이 민족의 진정한 영웅을 구별할줄 몰라서 그렇게 할까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