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외톨이’와 ‘깡패’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문화초대석]‘외톨이’와 ‘깡패’

  • 승인 2004-10-05 00:00
  • 김명관 논산박애외과 원장김명관 논산박애외과 원장
제목에 흔치 않은 어감이 있겠는데 필자더러 한국인과 일본인 각각의 인격 형을 어두운 쪽으로, 그리고 단적으로 표현해보라 한다면 그렇게 표현하겠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에게 개방적 조급함이 있다면 일본인에게는 폐쇄적 꼼꼼함이 있다.

한국은 한번 하자 의기투합하면 일사불란하게 뭉치는 일면에 그게 오래가지 못하고 쉬 잊고 말며, 일본은 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혀도 냉담하고 쉽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좋게 얘기해 분위기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조류독감 문제가 있을 때도 한국의 닭,오리 농가는 엄청난 불황으로 몸부림쳤는데 비해 일본은 별 변화가 없었던 것도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대대로 정이 많은 민족성을 가지고 있고, 외침에는 많이 시달렸으나 비교적 내전은 덜했던 역사적 상황때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에 쉽게 적응할 뿐 아니라 상대를 쉽게 믿고 마음을 쉬 열어준다. 그런 순박함은 항시 좋은 것 만은 아니다. 그 만큼 상처도 쉽게 받고 쉽게 길길이 날뛴다.

일본인들은 아이 때 부터 맘을 터놓을 친구가 없다 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성품이 사회적으로 물이 되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간혹 맘을 터준다 해도 또 다른 이로 부터 상처만 받게 된다. 한 쪽은 쉬워서 상처 받고, 또 한쪽은 어려워서 상처를 받는다.

일본에서의 큰 사회적 문제로 ‘히끼꾸 모리'가 있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뜻인데, 대인관계에 극심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 자기 방에서 몇 년이고 나오지 못하고 숨어 사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을 방 밖으로 끌어내는 광경은 그것에 생소한 우리에게 큰 충격인데 극단적인 경우이나 보편적으로 그러한 성향이 일본인들에게 있다는 얘기이다. 천 년 이상의 일본 무사 사회는 획일성을 낳고 개인은 무시되었으며 그로 부터 파생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는 나는 내가 아니면 지킬 수 없다는 뿌리깊은 생각으로 굳건한 성을 쌓는 상황에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히키쿠 모리'가 우리 한국사회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한국인들은 정 반대로 너무 쉽게 속 내를 드러내고 통하지 않으면 금방 화내고 싫증을 낸다. 친한 이끼리는 아주 가깝고 조폭처럼 뭉치며 그 반대는 될수록 모른체하려 애쓴다. 일본에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면 한국에는 ‘개방형 깡패'가 있다 말하고 싶다.

함부로 침뱉고 꽁초 버리고 공공 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쌍욕지거리 해대는 ‘개방형 깡패'. 어느게 나을까? 둘의 중간에 있으면 좋으련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