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번 하자 의기투합하면 일사불란하게 뭉치는 일면에 그게 오래가지 못하고 쉬 잊고 말며, 일본은 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혀도 냉담하고 쉽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좋게 얘기해 분위기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조류독감 문제가 있을 때도 한국의 닭,오리 농가는 엄청난 불황으로 몸부림쳤는데 비해 일본은 별 변화가 없었던 것도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대대로 정이 많은 민족성을 가지고 있고, 외침에는 많이 시달렸으나 비교적 내전은 덜했던 역사적 상황때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에 쉽게 적응할 뿐 아니라 상대를 쉽게 믿고 마음을 쉬 열어준다. 그런 순박함은 항시 좋은 것 만은 아니다. 그 만큼 상처도 쉽게 받고 쉽게 길길이 날뛴다.
일본인들은 아이 때 부터 맘을 터놓을 친구가 없다 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성품이 사회적으로 물이 되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간혹 맘을 터준다 해도 또 다른 이로 부터 상처만 받게 된다. 한 쪽은 쉬워서 상처 받고, 또 한쪽은 어려워서 상처를 받는다.
일본에서의 큰 사회적 문제로 ‘히끼꾸 모리'가 있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뜻인데, 대인관계에 극심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 자기 방에서 몇 년이고 나오지 못하고 숨어 사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을 방 밖으로 끌어내는 광경은 그것에 생소한 우리에게 큰 충격인데 극단적인 경우이나 보편적으로 그러한 성향이 일본인들에게 있다는 얘기이다. 천 년 이상의 일본 무사 사회는 획일성을 낳고 개인은 무시되었으며 그로 부터 파생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는 나는 내가 아니면 지킬 수 없다는 뿌리깊은 생각으로 굳건한 성을 쌓는 상황에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히키쿠 모리'가 우리 한국사회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한국인들은 정 반대로 너무 쉽게 속 내를 드러내고 통하지 않으면 금방 화내고 싫증을 낸다. 친한 이끼리는 아주 가깝고 조폭처럼 뭉치며 그 반대는 될수록 모른체하려 애쓴다. 일본에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면 한국에는 ‘개방형 깡패'가 있다 말하고 싶다.
함부로 침뱉고 꽁초 버리고 공공 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쌍욕지거리 해대는 ‘개방형 깡패'. 어느게 나을까? 둘의 중간에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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