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KMH사업은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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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KMH사업은 추진되어야 한다

  • 승인 2004-10-04 00:00
  •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연구실장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요즘 한국형 헬기다목적(KMH)사업이 기로에 서 있다. KMH사업은 그동안 노후화된 우리나라의 군용헬기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그 동안 기술도입이나 해외직수입에 의존해 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주도개발방식으로 개발하고 자체 생산하여 한국육군에 납품하게 될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 많아 군작전용으로 헬리콥터의 수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많은 특수한 여건에 있으며, 이번 KMH 사업을 통해 대체될 수요만 해도 500여대에 달한다.

수 백만대 단위로 생산되는 가전산업, 자동차산업 등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해 있는 대량생산산업과는 달리, 항공기산업은 매우 고가인 상품인 반면 생산대수는 통상 200∼300대이고, 1000여대 이상 생산되는 경우는 베스트셀러에 해당하는 소량주문생산방식의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산업이다.

통상 플랜트, 첨단인공지능빌딩, 원자력발전소 등과 같은 첨단 복합기술 산업일수록 지식집약적인 반면, 범용제품이 아닌 철저하게 고객 중심적인 고가의 소량생산제품이다. 항공기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산의 손익분기점은 300∼400여대에서 형성된다고 하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러한 항공기산업에서 내수규모가 500여대라는 것은 대단한 규모이며, 이러한 내수규모는 그 나라의 항공기산업을 한 단계 향상시키는 데 있어 결코 부족하지 않은 결정적인 수요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러한 수요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국기종의 기술도입생산에 한정해 왔거나, 혹은 소량씩 해외에서 직구매해 옴으로써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무산시켜왔던 것이다. 적정한 내수는 초기단계의 산업을 한 단계 향상시키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이다. 생산수량이 뒷받침될 때, 소위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추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생산 및 개발을 통한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사업추진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 있는 실정이다. 이 이유 중에는 KMH 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논란이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30년간의 운용유지 비용를 포함해 총 사업비 규모는 30조 7000억원으로 해외직구매에 비해 3조7500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한 반면,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감사원과 시민단체에서는 국내 개발시에는 38조원규모가 소요되는데 비해 해외 직구매시 24조∼29조원 대에 불과하므로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해외 직구매의 경우에는 국내의 고급기술 인력에 대한 고용효과는 물론 기술축적효과 역시 전무한 것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개발 및 생산의 경우에는, 총 20여만명의 고급기술인력에 대한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에, 동 사업을 통해 획득된 기술은 차세대 상용헬기시장 진출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F-15 전투기의 국내개조개발을 위해 직 구매의 3배에 달하는 예산을 지출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도 무시할 수 없는 전투기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의 에어버스 사도 30여 년간이나 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최근에는 미국의 보잉을 능가하는 세계최대의 여객기 메이커로 성장하게 되었다.

저임금 저기술 산업은 중국, 동남아 등 저개발국가로 이전해 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첨단 기술산업에 대한 육성마저도 외면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500여대의 군용헬기가 필요하다면 국내개발이든 해외 직구매이든 간에 막대한 정부예산이 불가피하게 사용될 수 밖에는 없다. 일부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고급 기술인력에 대한 고용유지와 미래에 대한 투자로 활용되어야 함은 자명한 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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