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용 부장 |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으로 기대되는 ‘지역 간 균형발전’효과를 설명하고는 있으나 수혜자가 될 ‘지방’은 정작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빵’을 빼앗아 충청도에 주는 정도로만 여긴다. 당사자인 서울이야 비록 비대하고 과포화의 것을 덜어주는 것이라도 ‘빼앗긴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외의 지방, 특히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으로 직접적으론 경제적 득실이 없는 영남 지방조차 행수 이전의 손익을 잘 계산하지 못해 그저 ‘정치적 반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안타깝다. 서울 주변의 ‘수도권 지방’의 경우 손익 계산이 복잡할 수는 있어도 그 외 지역에선 셈법이 간단한 편이다.
수도 이전은 지금과 같은 ‘서울 독식’ ‘서울 집중’현상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처럼 권력과 돈이 모두 서울에 모여있는 중앙집권 중앙집중 현상을 시정하려면 우선 인위적 조치가 가능한 행정수도 이전이 가장 효과적이고, 필수적 조치라는 점을 정부는 알려줘야 한다. 돈(경제)을 인위적으로 빼내기는 어려우므로 최고 권력(청와대)을 빼냄으로써 중앙집중을 완화하는 것이다.
일본말을 써서 안 됐지만 서울과 지방이 ‘오야붕’(두목)-‘꼬붕’(부하) 같은 관계를 벗어나려면 수도를 제주도로라도 옮겨야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가 요구받는 시대적 과제고, 국가적 경쟁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경기도 인천 강원도는 수도 서울이 유지되면 곁불을 쬘 수는 있어도 서울의 영원한 ‘꼬붕’일 뿐이다. 행정수도가 충청도로 옮겨온다면 충청도가 새로운 ‘오야붕’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다른 지방이 시큰둥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충청도로 청와대가 오더라도 새 행정수도가 서울과 같은 괴력을 발휘 할 수는 없다. 물론 이번 기회에 중앙정부는 더 많은 권한을 지방에 넘겨주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주문할 게 있다. 중앙 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을 보다 과감하게, 또 구체화해서 추진해야 한다. 얼마 전 정부가 내놓은 지방경찰제 안(案)을 보면 이 정부에게 정말 지방분권의지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권한 이양이 너무 작고 미미하다. 웬만한 수사권은 지방으로 넘기고, 가능하면 지방 검사 지방 판사 같은 제도도 추진해야 한다. 국방 외교 통상 등 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필요치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지방으로 넘겨야 한다.
중앙은 시도로, 시도는 시군으로 권한을 넘겨 분산해야 한다. 중앙 기관끼리든, 중앙과 지방 사이든 권력이 분산된 분권형 사회로 가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그런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지방분권과 행정수도 이전을 같은 테두리로 묶어 놓고도 이점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 경우 행수 이전에 반대할 사람은 서울, 그 중에도 중앙집권의 혜택을 직·간접적으로 누리고 있는 일부의 기득권층일 뿐이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구체화하는 데서 홍보 전략을 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독기 품고 덤비는 식보다는 좀더 유연한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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