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동차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해악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1400만대에 이르는 자동차에 의한 환경파괴가 매우 위협적이다. 서울, 대구, 광주, 대전과 같은 대도시에서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산화물 등 대기오염 총배출량의 70%는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
또 자동차는 가히 달리는 흉기라 할 만하다. 최근 들어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교통사고로 매년 7000명의 사망자와 35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는 많은 길과 주차공간을 차지하여 생활공간을 잠식하고 있고, 폐윤활유와 폐타이어 등 각종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은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반 환경적이고, 또 삶의 질을 고려할 때 반인간적이다.
자동차의 한계를 이미 절감한 선진국에서 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지속 가능한 도시교통의 개념이 녹색교통이고, 그 주요수단은 자전거였다. 유럽과 일본에서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독일의 프라이브르크시는 자전거 도로가 400km에 이르고, 그 중 100km이상을 다른 교통수단의 방해를 받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어 있고, 뮌스터시는 자전거의 수송분담율이 40%가 넘게 되어 있다. 녹색교통의 개념은 첫째 보행자에게 가장 높은 우선권을 주고, 둘째 자전거와 대중교통에 다음 우선권을 주고, 승용차가 마지막 순서이다.
그동안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마치 집단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자가용 승용차를 키우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교통을 무시하고 구박해왔다. 이제는 우리도 교통정책에 대한 과감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교통정책의 기본방향이 ‘수요추수형’에서 ‘수요관리형’으로 전환되는 것이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늘어나는 교통량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계속 도로를 확장하는 방식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도로가 자동차를 위한 공간만으로 인식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야만 할 때가 되었다. 이제 우리도 더 이상 자동차 우선의 교통정책으로는 도시 교통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전거가 보다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인도의 일정부분에 페인트칠하여 구분 표시해두고 자전거 길을 만들었다고 하는 방식으로는 자전거 교통수요를 실질적으로 늘리기 어렵다. 자전거가 자동차나 보행자들로부터 구분된 자전거도로를 대폭 늘리고, 교차로를 정비하는 등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또 자전거 달리기 대회 등 시민축제, 자전거 지도 보급, ‘자전거의 날’ 지정 등 다양한 이벤트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추석에는 자동차는 잠시 접어두고 온 가족이 자전거로 황금들판을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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