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현재는 과거의 미래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세평]현재는 과거의 미래다

  • 승인 2004-09-25 00:00
  • 강희복  아산시장강희복 아산시장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설 중 ‘로마인 이야기’가 있다.
이 소설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의 여러 소행에 대하여 로마 통사(通史)를 바탕으로 작가적 입장에서 쓴 이야기이다. 10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 첫번째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BC 753년의 건국으로부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는 BC 270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로마인들이 나라의 초석을 세워나가는 과정에서부터 그 조그만 땅에서 점점 영토확장과 함께 늘어나는 인구를 어떻게 수용해 가는지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본다’라는 사실을 사실과 같이 오인(?)되게 만든 이 소설은 아름답게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는 우리에게 한번쯤 되돌아 보게 하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닮고 있다. 도시가 개발되면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것이 난개발이고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계층의 저항이다. 그래서 로마가 택한 전략은 준비는 오래하되 시행은 빨리 하는 이른바 속전속결의 방식이다. 이것은 불만과 잡음을 최소화하고, 사업을 의도한대로 시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아산은 아름다운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매우 어렵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 있다.
50년 아니 100년을 내다보는 먼 미래에 도시다운 도시가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렵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고, 또 여기에 수반되는 고통 역시 모두가 함께 감내해 내면서 기다려주고 협력해 주어야만 한다.

도시란 처음에 계획하고 준비한대로 조성하지 않으면, 그래서 원칙이 없어져서 제멋대로 만들어지면, 이를 다시 바로잡는데 너무나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저수지주변에 공장이 지어지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공해를 배출하는 공장이 들어선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쯤은 뻔한 일이 아닌가? 공장들이 한곳으로 모이면 공해배출시설은 물론 전기, 수도 등 제반 여건을 갖추게 되어 초기투자비용도 줄어들고, 환경오염도 방지되어 집단민원발생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기업도 경쟁력이 생기고 지역도 경쟁력이 생긴다.

아산지역은 전국의 어느 도시보다도 좋은 여건으로 성장잠재력 또한 크고 미래 역시 밝은 도시이다. 고속철 개통과 함께 세계최대, 최고의 첨단산업단지가 만들어지고 신도시 조성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대규모 아파트나 오피스텔들이 이미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녹지공간도 부족하고 주차장도 모자란다. 도심 교통난이나 주변여건과 현실을 무시한 채 단순히 법적인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허가를 내주어야 한다고 볼멘소리만 한다. 법적인 요건에는 최소한의 주차대수만을 규정하기 때문에 주차문제는 가면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시가 개입하여 이래라 저래라 하면, 너무 규제를 많이 한다고 하고, 설계대로 허가를 내어주면 도시는 점점 사람이 살기 어렵게 되어 갈 것이다.

아산은 분명 호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물들어 올 때 배질한다’는 속담처럼 공장등록이든 오피스텔이든 무조건 허가를 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게 되면 당분간은 경제나 고용창출이 다소 나아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머지않아 후회하게 되고 아마 그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옛 속담을 굳이 들추어 내지 않아도, 왜 우리가 고민하고 심사숙고 해야 하는지는 명약관화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용적률을 낮추고, 난개발 방지를 위해 농공단지를 조성하고, 이것이 시의 힘만으로 정착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 동참하고 협조해야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고 싶고 살기 좋은 도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