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의 여러 소행에 대하여 로마 통사(通史)를 바탕으로 작가적 입장에서 쓴 이야기이다. 10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 첫번째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BC 753년의 건국으로부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는 BC 270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로마인들이 나라의 초석을 세워나가는 과정에서부터 그 조그만 땅에서 점점 영토확장과 함께 늘어나는 인구를 어떻게 수용해 가는지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본다’라는 사실을 사실과 같이 오인(?)되게 만든 이 소설은 아름답게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는 우리에게 한번쯤 되돌아 보게 하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닮고 있다. 도시가 개발되면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것이 난개발이고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계층의 저항이다. 그래서 로마가 택한 전략은 준비는 오래하되 시행은 빨리 하는 이른바 속전속결의 방식이다. 이것은 불만과 잡음을 최소화하고, 사업을 의도한대로 시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아산은 아름다운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매우 어렵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 있다.
50년 아니 100년을 내다보는 먼 미래에 도시다운 도시가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렵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고, 또 여기에 수반되는 고통 역시 모두가 함께 감내해 내면서 기다려주고 협력해 주어야만 한다.
도시란 처음에 계획하고 준비한대로 조성하지 않으면, 그래서 원칙이 없어져서 제멋대로 만들어지면, 이를 다시 바로잡는데 너무나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저수지주변에 공장이 지어지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공해를 배출하는 공장이 들어선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쯤은 뻔한 일이 아닌가? 공장들이 한곳으로 모이면 공해배출시설은 물론 전기, 수도 등 제반 여건을 갖추게 되어 초기투자비용도 줄어들고, 환경오염도 방지되어 집단민원발생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기업도 경쟁력이 생기고 지역도 경쟁력이 생긴다.
아산지역은 전국의 어느 도시보다도 좋은 여건으로 성장잠재력 또한 크고 미래 역시 밝은 도시이다. 고속철 개통과 함께 세계최대, 최고의 첨단산업단지가 만들어지고 신도시 조성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대규모 아파트나 오피스텔들이 이미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녹지공간도 부족하고 주차장도 모자란다. 도심 교통난이나 주변여건과 현실을 무시한 채 단순히 법적인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허가를 내주어야 한다고 볼멘소리만 한다. 법적인 요건에는 최소한의 주차대수만을 규정하기 때문에 주차문제는 가면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시가 개입하여 이래라 저래라 하면, 너무 규제를 많이 한다고 하고, 설계대로 허가를 내어주면 도시는 점점 사람이 살기 어렵게 되어 갈 것이다.
아산은 분명 호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물들어 올 때 배질한다’는 속담처럼 공장등록이든 오피스텔이든 무조건 허가를 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게 되면 당분간은 경제나 고용창출이 다소 나아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머지않아 후회하게 되고 아마 그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옛 속담을 굳이 들추어 내지 않아도, 왜 우리가 고민하고 심사숙고 해야 하는지는 명약관화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용적률을 낮추고, 난개발 방지를 위해 농공단지를 조성하고, 이것이 시의 힘만으로 정착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 동참하고 협조해야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고 싶고 살기 좋은 도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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