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는 보통 집에서 지내지만 한식과 추석에는 묘소에서 지내는 집도 많다. 이를 차례가 묘제(墓祭)와도 일정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례(家禮)에는 묘제를 3월 상순에 하도록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중기부터 4명일(설, 한식, 단오, 추석)과 기타 명절에도 지내게 됐다. 오늘날 묘소에서 지내는 차례는 이러한 전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례는 원래 간단한 약식 제사였으나 근래에는 이것이 1년중에서 가장 성대한 제사처럼 됐고 여러 조상들을 합동으로 제사하는 점에서 옛날의 시제(時祭)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시제는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유서깊은 정규의 제사로 왕실이나 사대부 가문에서 춘하추동 4계절마다 날을 잡아 종묘나 기묘에 모신 조상들은 합동으로 제사하는 거창한 의식이었다. 오늘날의 제사들중에서는 그 계절적 의미와 성대함, 그리고 합동제사의 형식으로 설과 추석의 차례가 이 시제와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차례는 원래 약식 제사이므로 정규 제사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정식제사는 0시가 지난 한밤중에 지내고 축문을 읽으며 술잔을 3번올리지만 차례는 이른 아침에 지낸다. 술잔도 1번만 올리고 촛불도 켜지 않는다. 차례의 제구설치나 제설준비는 기제사나 시제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다. 다만 차례는 기제사의 대상인 많은 조상들에게 모두 지내야 하기 때문에 종류는 같아도 숫자가 많다.
고조고비까지 4대봉사를 하는 경우는 신위를 모시는 교외, 세수를 차릴제상, 제수를 담을 각종 그릇은 모두 4벌이 있어야 하고 기타 병풍향안, 향압, 소탁 자리등은 1벌만 있으면 된다. 그 배열은 높은 조상을 소쪽에 모시고 차례로 동쪽으로 내려가도록 한다. 그러나 교의와 제상을 각기 준비하기가 어려우면 윗대 조상부터 차례로 여러번 지내면 된다. 근래에는 밥, 국, 술잔만 조상부대로 놓고 기타 제수는 한꺼번에 같은 제상에 차리기도 한다.
차례의 상차림은 대체로 기제사와 같으나 몇가지 다른점이 있다. 먼저 적(炙)은 고기와 생선 및 닭을 따로 따로 담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미리 올린다. 차례에서는 잔 드리기를 한번만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밥과 국의 위치에 설에는 떡국을 놓고 한식과 추석에는 비워둔다고 했으나 요즘에는 밥과 국을 올린다. 추석에는 주로 토란국을 올린다. 떡으로는 한식에는 화전에나 쑥떡, 추석에는 송편을 올린다. 차례는 일종의 계절 제사이기 때문에 그 계절에 나는 음식이나 과일들을 주로 올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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