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 성장배경에는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전문기획팀들의 활동과 대전시립예술단의 눈부신 활약에 자극을 받은 지역 예술인들의 각고의 노력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문화에 서서히 눈 떠 가는 대전시민들의 문화의식의 성장이 그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공연예술의 비수기인 지난 여름만 하더라도 공연활동은 과거 성수기 때 보다 더욱 활발했고 이제는 피서방법으로서 공연장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그것도 가족단위로서 말이다. 전국연극제에서 이 지역 연극인들이 대통령상과 최우수연기상 수상의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이런 풍성한 문화예술의 쾌거가 한창인 이 때에 우리의 미래 꿈나무들 역시 만만찮은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바로 지난 주에 막을 내린 제8회 대전광역시 청소년 연극제에서 말이다. 약 10일간의 일정으로 대전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실시했던 청소년 연극제는 모두 9개 고등학교에서 참여했었는데 예년과 달리 아주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청소년 연극제에 출전한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 대부분이 학예회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 말 그대로 청소년 연극이었음에 반해 금년도에 출품한 작품들의 목록만 보더라도 모든 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피터쉐퍼의 ‘에쿠우스’라든지 이어령의 ‘기적을 파는 백화점’ 그리고 요즘 한창 인기있는 작가 노희경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장진의 ‘택시 드리벌’ ‘아름다운 사인’, 톰슐만의 ‘죽은 시인의 사회’ 등등 과연 청소년들이 소화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화제작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걱정은 걱정 그 자체였다. 아니 이럴 수가…? 할 정도로 이번 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은 우리의 염려와 기대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참으로 문화적 환경과 역량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케 했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이야기를 인간적으로 표현하며 나를 내 안에서도 보고 내 밖에서도 보며 너와 우리라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안팎으로 바라보는 나에 대한 나의 평가와 자아를 발견케 할 수 있는 이 연극의 기능적이며 교육적인 탁월성을 우리 모두 인식하고 힘찬 박수를 보내줘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풍성한 가을이라는 계절 만큼이나 우리의 가슴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던 이 잔치에는 오로지 저들 어린 청소년들만 가득차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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